보현(김은주)과 성락(서성광)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 부부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 소중하고 건강한 아들이 태어나지만 둘은 이내 고민에 빠진다. 당장 생활을 꾸리기도 힘든 처지에 아기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울 거라 판단한 두 사람은 아이를 잠시 시골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기로 결정한다. 몇년 뒤 생활이 조금 나아지고 아이(이로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보현은 아들을 데리러 간다. 하지만 아이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부모가 낯설고 어렵다. 아이가 자신을 거절하자 충격을 받은 보현은 괜히 친정어머니까지 미워진다. 하지만 보현이 마음을 수습할 틈도 없이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보현과 아이는 한 가족이 되기 위한 조심스럽고도 어려운 첫발을 디딘다.
<아들에게 가는 길>은 코다(청각장애인 사이에 태어난 정상인 아이) 가정의 양육 문제를 다룬다. 듣고 말하지 못하는 부모와 정상인 아이 사이에는 단순한 소통의 어려움 이상의 장벽들이 산재해 있다. 영화는 모성을 중심으로 농인부부의 부모 되기, 정확히는 보현의 엄마 되기를 따라간다. 가족의 의미, 부모의 자격 등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은 진부해 보이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당연함들이 필요해 보인다. 그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런 당연한 관계조차 사치스러운 코다 가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섣불리 판단하거나 동정하는 대신 상대를 기다릴 줄 아는 호흡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신파로 풀어가는 한계나 아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슴을 울리는 진심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기교보다는 태도가 와닿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