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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 실향민과 새터민을 소재로 한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
김보연 2017-10-25

통일부가 제작과 개봉을 지원한 <그리다>는 실향민과 새터민을 소재로 한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먼저 장호준 감독이 연출한 <평양냉면>은 실향민 아버지를 둔 아들(서준영)의 미묘한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북한 출신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지만 죽을 때까지 고향을 그리워했고,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인의 감독이 연출한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이산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황상경)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여든살이 넘어서도 헤어진 남편을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할머니를 만나는 동안 자신의 지금 삶을 돌아본다. 세 번째 단편인 박재영 감독의 <림동미>는 어린시절 탈북한 임동미(고은민)가 겪는 안타까운 사건을 그린다. 결혼을 앞둔 동미는 어느 날 우연히 북에 살아 계신 아버지의 소식을 듣지만, 이 소식은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저마다 다른 소재와 이야기의 온도를 갖고 있는 <그리다>의 세 단편은 우리에게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비록 분단의 상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너무 교과서적이고 계몽적인 주제이지만, 이 결론에 닿기 위해 차분하고 세심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는 세 감독의 연출은 존중할 만하다. 특히 굳이 자극적인 사건을 만들지 않고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감 가능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분단과 통일을 새삼 우리의 일상 가운데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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