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맨발로 설원을 뛰어간다. 안간힘을 쓰며 뛰어가던 그녀가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어 있는 모습을 사냥꾼 코리(제레미 레너)가 발견한다. 피해자는 그의 친구의 딸이다. 그리고 코리는 3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신의 딸과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이 윈드 리버를 찾고, 코리는 그의 수사를 돕는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가 제인으로,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가 코리로 바뀐 것 같은 구도다. 또한 자본주의가 원주민을 착취하는 문제 의식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로스트 인 더스트>와도 꽤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와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쓴 테일러 셰리던은 멕시코 수아레스, 미국 서부 텍사스에 이어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원주민 보호구역 윈드 리버를 배경으로 선택했다. 원주민과 결혼해 이곳에 정착한 코리의 딸을 비롯한 원주민 소녀들은 끔찍한 범죄에 휘말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곳은 언제 죽어도 범인의 흔적조차 찾기 힘든 황량한 공간이다. 마치 늑대가 바라보는 듯한 시점을 활용하는 등 야생을 스크린에 탁월하게 담아내며 원주민 문제를 서스펜스 장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다루는 범죄가 꽤 잔혹하지만 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낯선 이들과 마주쳤을 때의 긴장감이나 압도적인 자연이 주는 무력감으로 은유하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윤리적 성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