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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정유미 - 에너지를 얻다

체부동 작은 카페의 작은 테이블 앞.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경계하는 동작을 한 정유미가 낯설다. <더 테이블>의 서문을 여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정유미는 ‘스타배우’ 유진을 연기한다. 오래전 헤어진 남자 친구를 만나는 잠깐의 한낮. ‘일반인’ 남자 친구는 스타가 된 전 여친이 그저 신기하다. “잘 지내냐”는 인사와 함께 연이어 나오는 질문들은 양다리설, 폭행설 등 유진을 둘러싼 ‘항간에 떠도는 스캔들’이다.

짜증과 냉소와 기막힘이 뒤섞인 반응숏들이 정유미의 표정에 바삐 오간다. ‘컷’ 소리와 함께 굳었던 얼굴 근육이 풀어지고 웃음을 보이니 그제야 정유미스럽다. “연기가 하고 싶어서” 정유미는 김종관 감독이 제시한 두개의 다른 에피소드들 말고 이쪽을 덥석 집었다고 한다. “감독님이 이 에피소드는 안한다고 할 줄 알았다며, 의외라고 했다. 그런데 그 역할들은 오히려 많이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를 알겠더라. (웃음)” 2회차의 짧은 촬영, 유진을 연기하는 잠깐 동안 정유미가 경험해보고 싶었던 건 이전과는 다른 톤의 연기였다.

속속들이 보자면 차이가 있겠지만, 데뷔 14년차. 연기자로 생활하면서 그녀 역시 유진처럼 오해도 구설도 겪어본 적 있는 유진의 심정을 이해하는 배우다. 작품 선택 하나에도 뒷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다. 그럴수록 정유미도 자신을 꽁꽁 싸매고 조금쯤 독해지지 않았을까. “독해졌다기보다, 실체 없는 말들이 오가고,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일이라 그런 것들까지 안고가야 하다 보니 서글픈 마음이 더 크더라. 가끔 억울한 마음에 난 그렇게 말 안 했다고 불러 앉혀놓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게 될 리는 없지 않나. (웃음)” 독하지 않을뿐더러 앞뒤 재는 계산은 더 못한다. “우리한테 영화는 ‘노는 거’니까.” ‘5월에 시간 있냐?’는 김종관 감독의 말에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다. 그동안 ‘예상에도 없던’ <부산행>(2016)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여유가 사라졌다. “걱정이 돼서 촬영 전에 잠을 설쳤다”는 그녀는 이번 작업을 두고 “에너지를 얻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더 테이블>의 작은 공간이 남달리 소중한 이유도 크다. 2004년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알려졌다. “학교 다닐 때 우연히, 연기가 뭔지도 모르고 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감독님 덕분에 지금 배우의 자리까지 오게 된 거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달콤한 인생>(2005)을 비롯해 <도가니>(2011)를 함께한 김지용 촬영감독 역시 현장에 함께니, 더없이 뜻깊다. “나는 예전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날 보고 변했다고 할 거다. 이번에 그 시간들을 환기하게 되더라.”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는 요즘, 정유미는 <더 테이블>을 만나 ‘배우’로서 자신을 또 한번 점검하게 된다. “한 작품 선택할 때마다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작품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 어둠이 그녀에겐 기분 나쁘지 않다. “늘 좋은 배우가 무언지 고민한다. 어쨌든 연기는 자주 해야 느는 것 같고 그래서 더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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