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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각성하는 남자들의 서사
주성철 2017-07-21

<국제시장>을 나름 재밌게 보았다. 당시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과 얽힌 개인적인 가족사(할머니의 헤어진 언니를 찾았다)와 맞물려 영화를 보며 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년간 부모님과 함께 본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다. 과거 파독 광부로 일하며 근대화의 중심이었다가 어느덧 사회적 약자로 떠밀려버린 노인 덕수(황정민)를 불량한 한국 학생들에게 해코지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치환한 것 역시, 인위적인 설정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의식’을 갖추려고 애썼다는 점에서 딱히 까칠하게 논평하고 싶지 않다. <공조>에서 진태(유해진)가 북한에서 온 철령(현빈)에게 “민주적으로, 아니 공산적으로 얘기합시다”라고 바꿔 말하며 여전히 민주주의의 반대말을 공산주의로 여기는 수준보다는 낫지 아니한가.

하지만 <국제시장>을 보며 마음에 내내 걸렸던 것은, 순박하고 순진했던 덕수가 왜 노인이 되면서 당장 가스통을 등에 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 데서나 아내에게 버럭 소리치고 이웃 가게 사람들에게 서류를 내던지는 폭력적인 사람이 됐을까 하는 점이었다. 반면 젊었을 때 오히려 덕수보다 에너지가 넘쳤던 아내 영자(김윤진)는 더없이 얌전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덕수가 겪어온 영화 속 격동의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그냥 점잖은 노인으로 묘사하면 안 되었던 걸까.

이제 <군함도>(7월 26일)와 <택시운전사>(8월 2일)가 나란히 개봉한다. 앞서 얘기한 사례처럼 <군함도>의 강옥(황정민)과 <택시운전사>의 만섭(송강호)도 좀 다른 경우로 그런 ‘변화’를 겪는 남자들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각성’이다. 어쨌거나 지금 대부분 한국영화의 서사가 거기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상업영화에 유난히 그런 관습적인 갱생과 각성의 서사가 넘쳐난다고 느껴진다. 뭐랄까, 강박적으로 사람이 변하는 걸 보고 싶어 한다. 두 영화도 그렇다. 일단 주인공은 자기 자식만 챙기고 데모하는 학생들을 욕하면서 시작한다. 이후 다이내믹한 변화를 보여줘야 하기에 최대한 이기적으로 등장해야 한다. 물론 나중에 그가 변하게 될 것임을 우리는 이미 그때부터 알고 있다. 그리고 ‘이랬던 사람이 이렇게 변합니다’라는 주체의 대부분은 역시 남자들이다. 못된 남자가 착한 남자가 되거나, 자기 가족밖에 모르던 남자가 이타적인 남자가 되거나, 사회의식이 부족한 남자가 사회의식이 투철한 남자가 된다. 원래 한국 남자들이 좀 부족하다는 전제하에 그런 서사가 꾸려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설적으로 현실의 그들이 영화처럼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바로 그래서 갱생과 각성의 서사에 집착하지 않는 <아수라>가 좋았던 것 같다.

어쨌거나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남자배우로서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인 황정민과 송강호가 그런 모습을 연기하는걸 보면서, 긍정과 부정의 시선 모두 껴안은 채로 한국 상업영화에서 그런 각성의 서사의 마침표를 보는 느낌 정도는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두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결과가 너무도 궁금하다. 그외 다른 꼼꼼한 정보들은 이번호에 다룬 두 영화 제작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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