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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네마 사업]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진웅, 권율, 한예리, 변요한, 지우 그리고 이소영 대표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7-07-12

예술을 하기 위해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역사를 지원하자

변요한, 지우, 한예리, 조진웅, 권율, 이소영 대표(왼쪽부터).

“우리 배우들이 이렇게 함께 모이는 거 아주 오랜만이에요.” 각자 바쁘게 활동하느라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사람’의 ‘사람들’. 이소영 사람엔테테인먼트 대표가 오늘의 거국적 만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스튜디오를 종횡무진한다. 조진웅, 한예리, 변요한, 권율, 지우까지 사람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두 모여 스튜디오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날의 만남은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사람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씨네21>이 경기도 다양성영화 사업을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이를 기념하는 자리다. 시나리오 공모에서부터 제작·투자 지원, 발굴지 등의 공모, 그리고 배우 오디션까지 ‘G-시네마 사업’이 추진하는 한편의 영화가 발아하고 관객과 만나기까지 필요한 도움을 같이 나누자는 취지에서, 이들이 함께 뜻을 모았다.

이소영

-경기콘텐츠진흥원, <씨네21>과 함께 한국 다양성영화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취지 아래 뭉쳤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조진웅_ 내가 사람엔터테인먼트 창단 멤버다. 우리 나중에 잘되면 이런 거 꼭 하자, 배우들과 동참해서 작은 영화에 도움 되는 일 하자, 이소영 대표와 술 마시고 이런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신없이 작품하고 돌아보니, 그 일을 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인터뷰하는 날이 정말 오는구나 싶고 우리 잘 가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일을 지금 실현하고 있다는 게 의미 있고 그 사실에 위안도 되지만, 더 확실한 건 재밌다는 거다.

=이소영_ 우리가 이야기한 건 크고 거창한 게 아니었다.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한국영화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이런 거였지. 공기관과 민간 사업을 하는 회사가 협업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나 우리 배우들이나 다양성영화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영화는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다. 우리가 갚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모르지만,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한예리_ 영화를 하면서 삼시 세끼 먹고사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여기던 때가 있었기에 영화 생태계가 잘 정립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한다. 지금도 많이 성장해야 하는 배우지만, 지금보다 더 작을 때, 더 어릴 때는 그 말이 뭔지 잘 몰랐다. 배우가 콘텐츠가 되고 힘을 가지면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나를 위해서도, 또 다음 수순을 밟는 배우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콘텐츠를 이끌어가는지가 중요한 일이고, 그게 영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지우_ 이렇게 뜻깊은 일에 선배들과 동참할 수 있어 보람차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

=변요한_ 대표님께 갑자기 전화가 왔고 그래서 동참했다. (웃음) 다양성영화가 뭘까.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결국 많은 것들을 자라게 해주는 씨앗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영화가 많이 발전하고, 또 후원을 얻어야 그 가지가 뻗어서 한국영화 전체가 튼튼해지는게 아닐까.

=권율_ 이소영 대표님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단순히 하나의 목적으로 여기기보다 여러 공익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점에 신뢰와 믿음이 쌓여 있다. 선배들과 같이 하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꼭 대기업 자본이 아니어도 영화 만들 수 있어야

조진웅

-다양성영화 지원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데, 그만큼 지금의 영화 환경에서 다양성영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거다.

이소영_ 지금은 뭐든 ‘스타’에게 자본이 몰리는 구조다. 스타 감독, 스타 배우, 스타 작가 등, 자본이 한 방향으로만 가고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우리 배우들도 상업영화나 드라마를 하지만 생업에 여유가 생긴다고 그 방향만 추구한다면 결과적으로 배우의 생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스타 배우, 스타 감독들도 이 점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진웅_ 말 그대로 대기업 투자자들이 영화 제작을 결정하는 시대다. 대기업에 의해서 횡포처럼 이루어지는 그런 투자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라인으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26년>(감독 조근현, 2012)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것처럼 대중이 삼삼오오 모여서 뜻을 같이하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제작 형태들이 정립된다는건 결국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소영_ 비록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우리 배우들이 다 함께 참여한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 2012)은 그렇게 재밌게 판을 깔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뜻이 맞는 배우끼리, 감독과 협업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투자사를 설득했고 합의가 이루어졌다. 왜 한 회사 배우들만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시작할 땐 다른 소속사 배우들과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스케줄이나 개런티 합의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 2016)때 한예리, 권율이 참여해서 이 배우들로 투자를 받는 과정도 이런 취지에서 이루어진 거였고. 결국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감독과 제작자에게 ‘투자’를 받아서 지금의 ‘배우’가 됐다면, 이제 우리가 잘하는 걸로 다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진웅_ 전에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한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당신은 영화가 산업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섬타임스”이라고 답하더라. 당시만 해도 레오스 카락스 하면 예술을 이야기할 때였는데, 그런 사람조차 영화와 산업을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보니 자본이 그만큼 절대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럴수록 우리가 우리가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싶었다. 꼭 대기업 자본이 아니라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토대,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권율_ 배우들이 작은 영화만 고집하면 매니지먼트사로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배우가 활동하는 기간 대비 수익 창출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진웅 형님처럼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와 매니지먼트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막연히 좋은 콘텐츠만으로 자본을 끌어올 수 없다면, 배우들이 기획이나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브래드 피트벤 애플렉이 제작 투자를 하는 걸 보면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

조진웅_ 콘텐츠가 확장되면 매니지먼트사도 배우한테 돈 되는 영화를 해야 한다며 배우의 선택을 막을 일이 없다. 주류영화 하는 배우, 비주류영화 하는 배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영화 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저예산영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그것도 꼴불견이다. 이런 움직임들, 운동들이 더 다양하게 이어졌으면 한다. 지금은 비록 우리끼리 모였지만, 이런 태동이 중요한 이유다.

이소영_ 다양한 콘텐츠에 참여하는 게 우리 배우들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다. 편견 없이 많은 책을 보고 의논하고 작품을 결정한다. 그런데 저예산영화, 블록버스터영화로 양극화하고, 중간 규모의 영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이즈에 맞춰 기획하다 보니 결국 작품 퀄리티보다 ‘대중에게 친절한 영화’가 자꾸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그런 걸 더 많이 느낀다. 나는 배우들이,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사이즈를 체감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운동’을 통해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영화의 ‘텃밭’을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율

-산업적인 의미를 떠나서 다양성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배우들에게 연기 면에서 주는 만족감도 크다. 상업영화에서 ‘소수자’로 취급되는 이들이, 다양성영화에서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다.

지우_ 자본이 부족하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자본의 제약이 덜한 것이 다양성영화다. 창작자들로서는 좀더 풍부하게 창의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거다.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연기를 하면서 더 많은 걸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정말 감사한 기회다. 나는 연기를 청소년 때부터 했는데, 상업영화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역할은 항상 반항적인 딸이었다. 아빠나 엄마한테 소리 지르는 역이 들어오더라. (웃음) 내가 연기적으로 부족해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역할이 항상 그렇게 규정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다양성영화에 출연하면서 나의 다른 지점을 발견하게 됐다.

조진웅_ 나이대가 그래서 아무래도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올 거다. (웃음) 나 역시 특정 이미지로 규정되는 상업영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서도 캐릭터가 다양하다. 다양성영화, 저예산영화의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 백범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대장 김창수>를 찍었는데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린 영화다. 이걸 꼭 보세요 하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청국장만 먹으세요 할 게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쨌든 지우야, 딸 역할은 그래도 조금 더 하자. 딸 역할 할 때가 그래도 좋아. (웃음)

변요한_ 작품으로 본다면 상업영화에 법이 있고, 그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 다양성영화에서는 법보다 창작자인 감독이나 배우가 룰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선배님들처럼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다양성영화든 상업영화든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영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외국 영화를 보면 그냥 ‘정말 좋은 작품’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관객도 구분 없이 동일하게 체감할 것 같다.

한예리_ 맞다. 관객에게는 작은 영화인지 큰 영화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관객은 그저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서 선택을 할 뿐이다. 나는 그런 관객에게 이런저런 내 연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는 나의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기가 힘들다. 감독의 생각이 반영되는 영화는 다양성영화에 더 많다. 다양성영화에 참여하면서 좋은 배우들과 만나기도 하고, 결국 그게 다양성영화의 힘으로 환원된다. 나를 더 넓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선택하는 거다.

권율_ 다양성영화가 인물의 입체적인 삶에 투영할 수 있게 좀더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것 같다. 급하게 사건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여유가 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매번 작업이 재밌다.

한예리_ 영화산업이 어떤 틀 안에서 만들어지기보다 관객에게도 좀더 많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감독, 배우들이 설 자리가 생길 수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볼 때 어떤 때는 시를, 어떤 때는 에세이를 읽고 싶지 않나. 그런데 영화는 매번 한정되는 느낌이 든다.

권율_ 한예리 배우 말처럼 서점에 가서 여러 책을 골라봤지만. 그 주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까지 비슷비슷하다. 어떤 책과 유행을 좇는지 다 보인다. 인문학이 유행이면 그런 분야의 책만 득세한다. 그걸 좇아가면 늘 어떤 틀에 갇히고 새로운 것을 향한 시선이 좁아진다. 투자의 용이성을 생각하는 기획성 접근이 아닌, 창작자들이 진솔하게 출간하는 책. 독자들이 가서 발견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걸 영화로 환원해서 말한다면, 영화도 관객의 볼 권리, 알 권리를 더 넓고 다양하게 보장해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배우뿐 아니라 감독들도 다양성영화와 함께

지우

-다양성영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에 경기콘텐츠진흥원, <씨네21>과 함께 ‘다양성영화 신인배우 오디션’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소영_ 이 자리가 누군가에게 절실한 자리일 수 있다. 스스로 경건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관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발굴하고 이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조진웅_ 현재 활동하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활동해야 하는 배우들도 콘텐츠로서 도움닫기 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배우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항상 생각해왔고. 이런 오디션이 그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한예리_ 단편영화 한편을 찍으면 그때 연기를 하는 게 전부고, 다른데서 연기를 할 기회조차 없던 때가 있었다.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절실하고 행복이던 시기였다. 나는 영화를 처음 배울 때부터 영화라는 장르에서 배우인 나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왔다. 창작자는 감독이고, 우린 감독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배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게 배우한테는 절실하다. 아마 후배 배우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런 창작자들의 작품을 같이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권율_ 다양성영화에 배우들이 참여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스포츠에 빗대자면 메이저리거도 있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육성해야 한다. 주전투수와 선발투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프로리그에서는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 단시간에 우승할 수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히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정책(세계 정상급의 플레이어들을 엄청난 돈을 들여 영입해 팀을 꾸리는 정책)으로 선수를 선발한다면, 반대로 유소년 축구 시스템부터 잘 정착시켜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 구조가 있다. 나는 인프라적으로 볼 때 유소년 선수 육성 정책이 다양성영화 배우를 육성하는 화수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뿐 아니라 감독들도 다양성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여러 훈련을 해서 칼을 잘 쓸 수 있는 훈련의 장이 제공되어야 한다.

한예리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이 후배 배우들이 될 텐데, 그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권율_ 그 기회에 성심을 다해서 도전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다양성영화가 잘못 활용되는 경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배우들이 좋은 콘텐츠에 참여해 좋은 결과물을 내고 관객의 호응을 얻어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흐름들을 목격하면서, 오히려 역으로 다양성영화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프로필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작품의 본질을 흐리고 입지를 좁히는 과오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성영화를 마케팅 도구가 아닌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대하고 참여했으면 한다.

변요한_ 나는 솔직히 내가 잘하고 있나 의심스럽다. 그걸 포트폴리오로 쓴다면 그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오래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반짝 하는 거 말고 길게 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배우들이 다양성영화를 활용하고 싶다면 활용하고, 갈 데까지 가보라고 하고 싶다. 단, 그 결과 역시 개인이 받아들여야 할 몫이니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권율_ 다른 마음을 가지면 오래가지 못한다. 연기하면서 제일 두려운게, 당시 어떤 마음을 가지고 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오케이가 날 수 있지만, 나중에 보면 그때 먹은 마음이 전달되고 다 느껴지더라. 요한이 말대로 포트폴리오 쓰는 게 나쁘지는 않다. 매니지먼트에서 배우를 육성하는 새로운 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스타가 아닌 배우를 만든다는 관점으로 봤을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이소영_ 배우나 작품이나 목적 자체가 달라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상업영화로 가기 전에 거치는 단계라는 목적성을 띠고 다양성영화에 접근한다면, 그 의도는 우리보다 관객이 더 잘 알아볼 것 같다. 나는 작품을 결정할 때 예산을 따진 적이 없다. 이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를 판단하면 어떨 때는 저예산이, 어떨 때는 고예산이 되는 거다. 기본적으로 그런 태도로 접근하면 된다고 본다. 아티스트는 다른 목적으로 가면 안된다. 어쨌든 우리가 낸 세금이 국가 산업의 스폰서십이 되어 아티스트에게 다시 왔으면 좋겠다.

국가의 스폰서십이 필요하다

변요한

-지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다양성영화를 둘러싼 제작, 배급 시스템은 열악한 상황이다. 각자 어떤 바람이 있나.

조진웅_ 이번 사업으로 조금이라도 변화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라는 내수시장에서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이 크로스오버할 수 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상업영화라고 해서 긴장감이 없지 않다. 영화를 만들면서 보면 감독들도 불쌍하다. 할리우드가 영화 만드는 일에만 매진한다면, 한국 감독들은 열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흥행 안 되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인식들이 다양한 운동을 통해서 바뀌어야 한다.

이소영_ 국가의 스폰서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업영화냐 저예산영화냐를 떠나서 아티스트가 활동해야 하는데, 지금은 생계 자체가 힘든 이들도 많다. 세계적으로 봐도 ‘다양성’ 면에서는 공기관이 지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내년에 예산이 많아졌으면 한다.

한예리_ 순수예술, 대중예술을 나누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문화적으로 자극을 주는 작업이 지속되려면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티스트는 아티스트 기능을 하기에도 벅찬데, 지금은 기획도 하고 무대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무용계나 영화계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안 되니 적은 예산으로 그렇게 다 하는 거다. 국가의 지원 없이 문화는 생존할 수 없다. 이같은 투자가 결국 복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지우_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행복한 현장에서 촬영해왔는데,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이 더 커진다.

권율_ 원론적으로 정부나 사기업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다양한 영화를 보기 어렵고 팔리는 영화만 보게 된다. 지원받지 못하고 극장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영화들은 아무리 좋아도 관객과 만나지 못한다. 정부나 사기업이 지원해주거나 긴 안목으로 갈 수 있는 마당을 깔아주어야 한다.

이소영_ 예술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역사가 필요하다. 트렌디함으로는 만들 수 없다. 지원 사업이 있다면 여기에 순수한 목적으로 참여할 인프라도 필요하다. 많은 지자체에 다양성영화 예산이 편성되는데, 왜 굳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게 중요하지 않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바로 실천하는 거다. 동참하고 하나라도 더 하는 게 지금으로서 중요하다. <씨네21>, 경기콘텐츠진흥원, 우리 각자의 힘을 모아서 이런 업무협약을 하는 것, 스타트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예리_ 기회라는 것에 ‘다음’이란 없는 것 같다 정말. (웃음) 할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하자는 게 맞다.

변요한_ 자본과 더불어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나눌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동참하고 싶다. 그런 기회에 기꺼이 참여하려고 한다.

조진웅_ 불균형은 풀고 가야 할 문제다. 당장 올해 여성배우가 주연인 상업영화가 두편에 불과하다. 자본이 편중되니 이런 편차가 해결이 안 되지 않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이 자리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더 길게 논의해야 하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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