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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맡겨주십시오" <노무현입니다>
김성훈 2017-05-24

“제게 맡겨주십시오, 여러분. 전국을 설득해내겠습니다, 영남을 설득해내겠습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996년 15대 총선에서 번번이 낙선한 정치인 노무현은 바보였다. 2000년 총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정치 일번지 종로를 포기하고 험지 부산에 출마한 것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동서화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다. 결과는 또 낙선. 그의 무모한 도전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을 두고 “그런 바보가 좋고 대한민국에 노무현 같은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돈도, 조직도 잃은 노무현은 2년 뒤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경선에 도전한다. <노무현입니다>는 당내 입지가 거의 없었던 까닭에 지지율이 겨우 1, 2%에 불과했던 노무현이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변호인>(2013)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세상에 눈뜨게 되는 변호사 노무현을,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2000년 총선 시절의 국회의원 후보 노무현을 그린 바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정치인 노무현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다룬다. 뉴스 클립과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자료를 재구성한 국민경선 과정이 이야기의 한축이다. 화면 분할, 속도감 있는 편집, 장중한 음악을 동력 삼아 이야기가 재빠르게 전개된다. 변호사 시절부터의 운전사 노수현씨, 변호사 노무현을 정찰했던 국가안전기획부 요원 이화춘씨, 배우 명계남·문성근을 포함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조기숙 전 참여정부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인터뷰이로 출연해 노무현을 회상한다. 이화춘씨는 “(노 전 대통령이) 내게 광주항쟁 책과 비디오테이프를 주며 한번 보고 잡아가든지 해라”라고 말했다 전하고, 노수현씨는 “노 전 대통령이 막 결혼한 나와 아내를 위해 드라이버가 되겠다”고 경주까지 직접 운전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영화는 다양한 일화를 통해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이유를 보여준다. 전작 <목숨>(2014)에서 생의 마지막을 화면에 꾹꾹 눌러 담았던 이창재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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