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반전이다. <보안관>에서 배정남이 연기한 춘모는 에어컨 장사를 하는 기장 ‘아재’다. 기장 보안관 대호(이성민) 옆을 지키다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에어컨을 무려 100대나 팔아주겠다고 하니 대호를 향한 일편단심이 흔들리는 순진한 청년이다. 옷 잘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던 모델 시절이나 <베를린>, <마스터>에서 말 없이 각 잡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안관> 개봉 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슈어, 와이 낫?”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은 배정남은 “배우로서 앞으로 계속 망가지고 싶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강)동원씨 소개로 손상범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와 함께 <보안관> 공동제작) 대표를 만났다던데.
=한강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데 손상범 대표와 <검사외전>(2016) 이일형 감독이 합류했다. 손 대표가 ‘춘모에 딱인데’라며 김형주 감독에게 전화해 ‘춘모 찾았다’고 하더라. (웃음) 다음날 ‘대본 보낼 테니 읽어보라’는 전화가 왔다.
-춘모는 어땠나.
=대사가 입에 착착 달라붙던데? 마치 나를 위해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어려운 게 없어서 신기했다.
-실제 모습이 춘모인데.
=친한 사람들이나 알지. 이 영화 보고 다시 봐주지 않을까.
-그간 각 잡는 역할을 맡아왔다.
=단편 <가면무도회>에서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은 적 있다. 그처럼 이미지를 깨는 캐릭터가 좋다. 잘 맞는 것 같고. 각 잡는 건 재미가 없다.
-촬영 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
=샤프하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살을 7∼8kg가량 찌웠다. ‘벌크업’을 해 가슴도 나오게 했다. 바닷가 냄새내려고 살도 좀 태우고, 머리도 촌스럽게 세웠다.
-이성민, 김성균, 김종수, 조우진, 임현성 등 선배 배우들과의 작업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선배들에게 짐이 안 되려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 현장에서 선배들이 편하게 해주셨다. 긴장하면 연기가 더 안 나오는 걸 아니까. 형들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고, 형들도 많이 가르쳐주셨다.
-춘모라는 옷이 딱 맞다고 느꼈던 때가 몇 회차인가.
=종진이 대호 무리를 포섭하는 룸살롱 시퀀스. 에어컨을 사겠다는 종진의 말에 안 넘어가려고 대호 눈치를 보지만, 속으로는 좋아서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을 보여줘야 했다. 극장에서 그 장면 나올 때 ‘빵’ 터지는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현장에서 누가 잘 챙겨줬나.
=(이)성민 선배. 싹 다 바꿔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으면 형님이 오셔서 힌트 하나 던져주시고. 항상 ‘쫄지 말고 해라’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보안관>이 데뷔작처럼 느껴지겠다.
=<보안관>은 처음 모델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작품이다. 자신감도 얻고, 사람도 얻었고.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진짜 없다. 허우대만 멋진 역할은 이미지를 반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앞으로 성민 선배처럼 내공을 쌓아서 정말 오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16 <보안관> 2016 <마스터> 2013 단편 <가면무도회> 2012 <베를린> 2012 <시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