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은 가득하나 과학은 없다. 제목의 의미처럼 거대 피조물인 괴수와 자이언트 로봇이 출현하지만, <콜로설>은 SF 하위 장르라기보다 저예산 괴짜 코미디물에 가깝다. 남자친구에게 차인 글로리아는 고향 마을로 돌아와 새 삶을 모색해보지만 아침마다 숙취에 찌들어 일어나기 십상이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거대한 괴수의 출몰이 반복된다. 재난 뉴스를 보던 글로리아는 그 괴수가 어쩐지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콜로설>은 얼핏 포크송이 BGM으로 깔린 소도시 배경의 전형적 미국 인디영화처럼도 보인다. 그런 한편 지구 반대편 도시 한복판에서는 거대 피조물들이 야기한 파괴로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권태로움과 대소동 사이, 이 기이한 간극을 오가는 와중에 영화는 어딘가 어설픈 역할극을 통해 성적 올바름에 대한 주제에까지 능청스레 손을 뻗친다. 재난의 무대가 되는 서울은 외국인들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봤음직한 공간이자 혹은 봉준호의 <괴물> 속 ‘한강’이라는 공간에 대한 오마주처럼 등장하는 상징적 장소이니 그 재현의 잡스러움과 상투성에 시비 걸 필요는 없다. 느슨하고 공허한 개그를 뒤섞어 술주정뱅이 루저들이 공감할 만한 삶에 대한 아이로니컬한 성찰도 담아냈다. 저예산영화치고 캐스팅 면면은 화려하다. 주인공 글로리아에 앤 해서웨이, 고향 친구에 제이슨 서데이키스, 전 남자친구로는 최근작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 역할을 담당한 댄 스티븐스가 나섰다. <타임크라임>(2007)이래 독특한 B급 정서의 판타지, SF 장르물을 선보여온 스페인 출신 감독, 각본가, 배우인 나초 비가론도의 최근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