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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누군가가 살해 현장에 있었다 <시간 위의 집>
김성훈 2017-04-05

미희(김윤진)는 두 아들, 남편 철중(조재윤)과 함께 사는 주부다. 전남편이 죽으면서 아들을 데리고 철중과 재혼해 또 다른 아들을 낳은 그녀다. 철중은 종종 만취한 채 집에 들어와 미희에게 폭언을 일삼고, 그때마다 두 아들은 엄마가 다칠까봐 불안해한다. 집을 찾아온 이웃집 할머니는 “집터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미희에게 경고한다. 어느 날 밤, 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철중과 아들이 살해당하고, 미희는 두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25년이 지난 뒤, 유일하게 미희를 믿는 최 신부(택연)는 수감 생활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 미희를 찾아가 그날 있었던 일을 묻는다. 하지만 미희는 “그날 누군가가 살해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며 살해사건 당일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한다. 집의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 전까지는 스릴러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지만 긴장감을 구축해 반전의 효과를 노리는 단순한 스릴러영화는 아니다.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후반부에 밝혀지는 집의 비밀은 미희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남편과 아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자가 25년 뒤에 집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다소 비현실적인데도 이야기에 설득될 수 있는 건 현재의 미희와 60대 미희, 1인2역을 소화한 김윤진의 노련한 연기 덕분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집이다.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다. <시간 위의 집>은 <스승의 은혜>(2006)로 데뷔한 뒤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2012)의 <공포 비행기>를 연출했던 임대웅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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