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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했다 - <싱글라이더> 공효진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7-02-14

<싱글라이더>에서 공효진은 한국에 있는 남편 재훈(이병헌)과 떨어져 아들과 함께 호주에서 살아가는 아내 수진을 맡았다.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이자 아내 역이다. 게다가 영화는 재훈의 시선을 좇아 전개되는 만큼 수진 역시도 재훈의 시선에 비친 수진으로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공효진의 입장에서는 수진이라는 인물이 꽤 단조로워 보일 법도 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싱글라이더>가 만들어가는 재훈의 드라마에 매료되었고, 그렇다면 그 서사의 줄기 안에서 자신이 할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는 배우의 균형감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한동안 꽤 마음에 파장이 컸다고 말했다.

=다 읽고 났는데 마음이 너무 쓸쓸해졌다. 재훈이 호주로 와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 수진의 삶을 목격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또 이들 가족이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며 살아왔을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이 사람들 모두 저마다 혼자 그렇게 살아왔겠구나 싶더라. 너무도 쓸쓸한 일이다.

-제작 보고회 때 “수진이 아주 평범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어왔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수진 가족을 보면서 ‘그만하면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남편도 있고 잘사는구나’ 할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하다는 거다. 그렇다고 수진이 자신만의 거창한 이상을 가진 사람 같지도 않다. 물론 호주에서 살면서 수진도 나름 잊고 지내던 자신의 꿈을 찾으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런 수진의 모습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캐릭터 자체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법도 한데 작품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배우로서 수진 캐릭터를 파고들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드라마 자체가 워낙에 좋았다.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의 마음에 재훈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좋겠고 그럴 수 있도록 수진으로서 조력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을 정확하게 알고 그걸 해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호주에서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걸로 아는데.

=엄마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호주에 있었고 아빠가 재훈처럼 기러기 아빠였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를 봤기에 어쩌면 나는 이미 수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어 대사? 호주에 산 게 너무 어릴 때라 이번에 가니 입이 잘 안 트이더라. 하하. 오히려 최근에 외국에서 작업을 하고 계신 이병헌 선배가 영어를 잘하셨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의 중국어는 달달 외워서 하면 됐는데 영어는 워낙 사람들에게 익숙한 언어라 더 잘해야 했다.

-박찬욱 감독은 “공효진 배우는 의리가 최고”라고 하고 <싱글라이더>의 이주영 감독은 “공효진 배우 덕에 용기를 냈으며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

=그간의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 감독님의 협력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작업하기 전에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감독님 편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이주영 감독님은 CF계에서 연출을 해오셨지만 영화현장은 처음이다. 게다가 경험이 많은 배우들에 해외 스탭들까지 챙겨야 했으니 얼마나 정신이 없으셨겠나. 감독님을 최대한 보필하려 했는데 작업을 하다보니 예민해질 때가 있어서 생각만큼은 잘 못한 것 같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한매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걸로 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작업한 <미씽: 사라진 여자> <싱글라이더> 모두 시나리오를 읽은 뒤 한동안 마음이 아프고 먹먹했다. 촬영이 끝났는데도 한매를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런 감정이 <싱글라이더>의 재훈을 보면서 또 한번 전해지더라. 이야기가 다 끝났을 때 ‘저 사람의 남은 인생은 대체 뭘까, 재훈과 수진은 행복했을까’ 싶고. 그런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

-차기작은.

=아직은 계획이 없다. 한동안은 유쾌하게 웃게 되는 영화가 좋았는데 요즘은 보고난 뒤에 뒤늦게 후유증이 오는 작품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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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곽지아 실장 / 어시스턴트 조서린, 정혜승 / 헤어 꼼나나 박정은 원장 / 메이크업 꼼나나 문혜은 부원장 / 의상협찬 레지나 표, 코스, 메릴링, 로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