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바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수많은 패러디 영화가 그렇고,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내며 선배 감독들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화들이 그렇다. 새영화 <다이아몬드를 쏴라> 또한 넓게는 `영화에 바치는 영화`지만 그 방식과 결과는 한결 독특하다. 로맨스·갱스터·고전적인 스릴러에 코믹·액션까지 넘나드는 이 영화는 대사와 장면 인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크리티컬' 짐(팀 앨런)의 캐릭터부터 심상치 않다. 그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할리우드 고전 영화광이자 “가치 없는 놈만 죽여온”(<마지막 총잡이>의 대사) 냉정한 킬러다. 갱스터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도시의 뒷골목 어느 여관으로 청부살인을 맡은 짐은 클레티스(크리스천 슬레이터)를 붙잡아 온다. 클레티스는 사실 25년 전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훔친 마술사 마이카(리처드 드레퓌스)와 함께 얼마 전 교도소를 탈옥한 핀치라는 인물이다. 하지만 핀치가 들려주는 영화같은 사연에 짐은 킬러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잠시 미뤄둔다. “오! 난 플래시백을 사랑해!” 핀치가 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축으로, 영화는 그 안에 핀치와 마이카, 마이카와 딸 테스의 이야기 등을 자유자재로 짜넣는다. 마피아들에게 쫓기던 파파라치인 클레티스로 신분을 위조한 덕분에 핀치는 위험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마이카가 숨지고 핀치는 테스와 함께 수십년 전 묻어놓았던 다이아몬드를 찾아나서는데, 하필 그곳은 이제 거대한 교도소가 들어선 곳이다. 어떻게 빠져나온 교도소인데 다시 제발로 들어가란 말인가. 이 `불가능한 작전'을 실현시키는 각본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탄탄하다. 여기에 핀치와 테스의 로맨스, 우스꽝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마피아들의 모습들을 슬쩍 얹어놓는 솜씨도 자연스럽다. <다이아몬드를…>에서 짐은 <선셋 대로> <특공대작전> <말타의 매> 등 수많은 고전영화들의 대사를 인용한다. 하지만 설령 그 작품들을 모르더라도 이 영화는 행복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우울함을 옛 영화 한 편으로 달랠 수 있는,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에 선 킬러 짐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흘러나오는 `싱잉 인 더 레인'이 오랫동안 흥얼거려진다. 12일 개봉.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