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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설 연휴, 나 떨고 있니
주성철 2017-01-20

“너 허리에 도끼만 차면 딱이겠다.” 배우 최민수의 백일잔치도 갔다는 이순재 선생이 바로 그 최민수에게 했다는 얘기다. 무슨 사연인가 하니,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개봉 당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젊어서부터 최민수의 아버지인 대배우 최무룡을 가장 존경해왔다는 그는 “(최)민수야말로 ‘성골’ 출신 배우인데 왜 그렇게 작품 활동이 없는지 너무 안타까워”라며 걱정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배우로서의 최민수는 <홀리데이>(2005) 이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업계를 떠나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모 행사장에서 만난 최민수가 머리에 두건 쓰고 수염도 기르고 쇠줄까지 두른 요란한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기에, 그렇게 ‘도끼는 왜 빼먹었냐’며 일갈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래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아들 대발(최민수)에게 불호령을 내리던 아버지(이순재)를 떠올리게 했다.

이번 설 합본호에서 기자들 중 최민수 성대모사를 가장 잘하는 이주현 기자가 배우 최민수와 그의 아들 최유성을 만나 인터뷰했다. 배우의 꿈을 꾸는 아들에게 조언하는 아버지 최민수를 보면서, 나 또한 이순재 선생처럼 정작 ‘최민수의 신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그의 데뷔작 <신의 아들>(1986)을 극장에서 봤다. 극중 복싱선수로 나온 그가 훈련이 최고조에 달해 몸이 지나치게 가벼워진 나머지 물 위를 달리던 희대의 명장면도 있었다. 야하다는 소문만 듣고서 극장에서 봤다가 분통만 터트렸던, 그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인 애니메이션 <블루시걸>(1994)도 기억난다. 아무튼 그가 작품 활동이 뜸한 게 안타깝다. 그의 1962년생 동갑내기 배우가 바로 이름도 비슷한 최민식이다.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한석규가 2살 어린 1964년생이고, 요즘 출연하지 않는 한국영화를 찾기가 더 어려운 이경영은 그보다 2살 위인 1960년생이다. 그처럼 비슷한 연배 배우들의 활약상을 보며 그가 더욱 그립다. 아들과 함께 인터뷰에 임하며 그 자신의 내면의 불도 타올랐길 바란다.

한편, 지난주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영화계 내 성폭력 포럼을 통해 그동안 쭉 이어왔던 #영화계_내_성폭력 연속대담의 1차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그동안 토론회까지 포함하여 흔쾌히 대담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신 50명의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공부를 위해서건, 업계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건, 어떤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서건 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담들을 챙겨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그 50명의 이야기가 영화계 전체 5만, 아니 50만, 500만명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제보와 취재는 계속되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설 연휴를 맞아 파견근무 중이던 김현수 기자가 복귀하고 윤혜지 기자가 업무를 교대한다. 특히 영화계 전반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취재보다 블루레이, 개봉 영화의 속 깊은 배우 인터뷰보다 블루레이, 해외 미개봉 영화의 심도 깊은 리뷰보다 블루레이, 하여간 전생에 동물이 아니라 블루레이였던 것으로 짐작되는 김현수 기자의 복귀는 천군만마까지는 아니고 백군만마 정도는 얻은 느낌이다. 아무튼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리고 언제나 <씨네21>의 알파고로 묘사했던 윤혜지 기자도 여전히 멋진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오고 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설 합본호를 만들고 있다. 다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진짜진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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