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야마라는 곳에 다녀왔다. 충동적인 여행이었고, 작업실 친구들과 함께였다. 지난여름 누군가가 새로 생긴 저가 항공사의 광고 배너를 클릭하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편도 3만원짜리 최저요금을 찾다가 저마다 도야마 항공권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출발을 앞두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겼고, 그때까지도 우리는 도착지의 지명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도야마를 도라야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네명이었고 저마다 출발하는 날짜와 목적하는 바가 달랐다. 특가요금이 날마다 달랐고, 여행 경험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모두 도야마에 가본 적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금 설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이런저런’ 일들이 실은 중요하고 힘겨운 일들이었기 때문에, 막상 출발일이 다가오자 갈 수 없다는 마음이 반, 그래도 가서 무념무상으로 지내다 오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나와 한 친구가 가장 먼저 출발했다. 도야마 공항은 지방도시 버스터미널 정도의 규모였다. 급하게 찾은 정보에 의하면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도야마에는 알펜루트라 불리는 여로가 있어 대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도야마 시내에 들어서자 이미 어둠이 내려 가까이 있다는 일본의 3대 산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나와 친구는 도야마 시내를 조금 구경했다. 둘 다 여행을 제법 해온 편이지만 이렇게 할 것도, 볼 것도, 살 것도 없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한적한 시내를 걸으며 친구는 <트루먼 쇼>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야마는 무인도시의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친구가 자전거를 타러 간 사이, 나는 커피숍에 틀어박혀 급한 원고를 썼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원고였다. 언젠가부터 나의 모든 여행은 망쳐졌다. 늘 일감이 손에 들려 있었다. 늘 이전의 일이 제대로 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일이 생겨났다. 그것이 나를 일정 부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랬던 것 같다. 그날의 커피숍은 운하 옆에 있었다. 화창한 날씨였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방사능을 떠올렸고, 그리고 미세먼지와 방사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좋을까를 생각했다. 어째서 늘 차악만을 선택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다음날 오후, 다른 두명의 친구들이 도착했다. 그중 한 친구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급하게 들어온 일을 마쳐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도야마역에서 만나 온천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그날도 차창 밖으로 일본의 3대 산이라는 다테야마산은 보이지 않았다. 기차 안에서 우리는 통근자들과 뒤섞여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종착역이었다.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잠이 덜 깬 상태가 불러일으키는 무념무상의 상태를 억지로 유지하며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