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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시국이 돕고 있다 - <기술자들> 최하동하 감독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6-11-14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 공모에 낸다고? 인천다큐멘터리포트에도? 이게 (선정)될 것 같아?” 최하동하 감독이 <기술자들>의 기획안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줬을 때 돌아온 반응이라고 한다. 2012년 18대 대선 전자개표기 부정 의혹을 다루는 <기술자들>은 올해 인천다큐멘터리포트 K-피칭 작품 중 유일하게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정치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요즘 <기술자들>은 오히려 힘을 더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애국자 게임>(2001), <택시 블루스>(2007)를 만든 최하동하 감독은 과학적 검증과 책임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정치 포렌식 스릴러”를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언제부터 구상하고 준비했나.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지난해에야 알게 됐다. 올해 2월 초부터 기획안을 쓰고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개표부정 이야기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 사람들이 있었고 관련 의혹도 무성한데 완성해서 공개한 작품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너무 조용해서 의문이 들었다.

-개표부정 의혹에 사람들이 침묵한다고 느꼈나.

=정황증거들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음모론으로만 치부하는 것 같았다. 공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개표부정과 관련해선 젊은 오피니언 리더들보다 4·19 혁명을 경험한 세대들이 더 빨리 공감하는 것 같다.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이승만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세대라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지식인들의 침묵의 카르텔이 내게 전투력을 불러일으켰다.

-정황증거를 제대로 검증하는 게 관건이겠다.

=제작진의 몫인데, 화이트 해커(선의의 해커)들과 함께 공조해나갈 계획이다. 전자개표기 부정선거는 전산조작 문제라 화이트 해커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느 선까지 접촉하려 하나.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전자개표기를 처음 도입하자고 발의하고 통과시킨 사람들까지 접촉해야 하고, 2012년 대선에 한정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선관위 위원들인 대법관들까지 인터뷰를 해야 한다.

-취재하기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난관을 돌파할 생각인가.

=영화적으로도 기술자들이 필요하고 정치적, 법률적 기술자들도 필요한 프로젝트다. 제작위원회를 꾸려서 나도 보호받고 작품도 끝까지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12월까지 촬영하고 그 이후 제작위원회를 꾸릴까 했는데, 보름 만에 시국이 이렇게 변해버려서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시국이 작품을 도와주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내부 제보자가 나타나는 거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제보자가 나오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겠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은 중요 내부 제보자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다. 지인들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열심히 저으라고 하더라. (웃음) 하지만 이 상황을 낭만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지금은 너도나도 하이에나가 되어 정권을 물어뜯지만 한국 사회가 쉽게 변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외압을 받은 적은 없나.

=워낙 촬영 초기라 아직까지는 없다. 인천다큐멘터리포트를 통해 프로젝트가 공개되면 외압과 지원이 같이 들어오지 않을까.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미 받고 있다. 집안 와이파이 공유기가 고장나고, 전기가 갑자기 나가는 일이 최근에 있었다.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감청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한줄 관전 포인트

“<인사이드 잡>으로 시작해 <시티즌포>로 끝나길 희망한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의 실태를 파헤친 <인사이드 잡>처럼 윗선의 책임자들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며, 에드워드 스노든이 <시티즌포>를 통해 미국 국가안전보장국의 감시를 폭로했듯 핵심 제보자의 접촉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으로 최하동하 감독이 한 말이다. 뜻대로만 된다면 대박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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