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출신의 의사 세욜로(마크 진가)는 아이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기 위해 프랑스로의 이주를 꿈꾼다. 대통령 주치의 자리까지 마다하며 어렵게 프랑스 북부의 말리 고몽으로 이사한 세욜로 가족은 곧 스스로의 손으로 지옥문을 열었음을 깨닫는다. 파리에서 300km나 떨어진 말리 고몽은 주민 전체가 흑인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외딴 시골이다. 세욜로와 가족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무지, 인종차별, 텃세 등으로 괴로운 생활을 하지만 애쓰다보면 나아질 거란 희망을 품고 주민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증오>(1995) <웰컴, 삼바>(2014), <디판>(2015) 등 프랑스의 아프리카계 이주민에 대한 이슈는 프랑스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아프리칸 닥터>는 프랑스의 유명 개그맨 카미니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극중 세욜로의 아들로 나오는 인물이 카미니로, 카미니는 훗날 자신의 아버지가 말리 고몽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일을 노래로 만들었고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줄리앙 람발디 감독이 영화화에 손을 댔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필연적으로 서글프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고 따뜻하지만 그 이면은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눈물로 젖어 있다. 심성 고운 엘리트 의사 세욜로는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고자 교양 없고 무례한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에 속해보려 애쓰는데, 그 과정 역시 애달프게 그려진다. 섭섭함과 체념이 쌓여가는 세욜로의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무너지게 한다. 세욜로 역의 마크 진가의 감정연기가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