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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현실적인 특수분장을 잘하고 싶다 ─ 특수분장사 박영무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6-10-31

제2의 스탠 윈스턴을 꿈꾼다. 테크니컬 스튜디오 셀의 4년차 특수분장사 박영무는 “<에이리언>(1979), <터미네이터>(1984), <로보캅>(1987) 등을 보며 아주 어린 시절부터 무조건 특수분장 일을 하리라 결심했다”는 할리우드 키드다. 취미도 언제나 그림 그리기나 SF 만화와 영화를 찾아보는 일 또는 프라모델 조립이었다고 한다. 박영무 특수분장사는 1985년,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출생해 그곳에서 쭉 자랐다. 2008년엔 연변대학 촬영학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베이징으로 가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했다. “특수분장사가 되고 싶었지만 중국엔 전문적인 영화 특수분장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현장으로 들어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영화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나 현장에 뛰어든 박영무 특수분장사는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중국 최고의 특수분장 전문가 칼 왕나이펑 아래서 특수분장 기술을 배웠다. 기본적인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특수분장사로서 어떤 마인드로 일해야 하는지, 동료들과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등 특수분장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운 귀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중국 현장에서는 <몽키킹: 손오공의 탄생>(2014)을 포함한 몇편의 영화에 참여하며 각국의 특수분장 전문 스탭들을 친구로 사귀게 됐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중 한국인 스탭도 있었다. 내가 조선족이다보니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중국은 정치색이 강조된 영화, 잔인한 설정의 영화는 제작부터 어려운데 한국은 그런 면에서 벽이 없어 보였다. 더 다양한 특수분장 경험을 쌓고 싶어서 한국으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한국 생활은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중국과 한국의 영화현장 분위기가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특수분장 업계는 한국 시스템이 훨씬 체계적이라 여기 와서 배운 게 많다. 밥도 중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이 먹기 편하고 입에도 잘 맞는다. 내가 살던 연변에서는 서울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 표현대로라면 그냥 지방에서 서울 올라와 일하는 기분이다. (웃음)” 한국에 와 머물 집을 찾을때 셀의 “식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교통과 은행 업무도 소상히 알려준 덕에 적응도 빨랐다고. 다만 한국인들이 영어를 많이 쓴다는 점은 지금까지도 무척 낯설다고 했다. “중국에선 현장에서 쓰는 용어가 전부 중국어다. 그래서 외국어를 쓸 일이 없다. 그런데 한국 현장에선 영어 용어를 많이 쓰더라. 급박한 현장에서 갑자기 영어가 들리면 잠시 못 알아듣기도 했다. ‘드릴’도 못 알아들었으니까.” 대신 <암살>이나 <밀정>처럼 중국 현지에 가서 일하게 될 때 박영무 특수분장사만큼 날고 기는 스탭도 없다. 현지 촬영 시 기술팀 통역도 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 특수분장 업무의 특성상 셀 대부분의 크레딧에 박영무 특수분장사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다. 그가 주로 맡는 일은 총, 칼, 더미 등의 특수소품을 만드는 일이다. “특수분장, 특수효과의 모든 일이 골고루 즐거워서 하고 싶은 걸 하나만 꼽긴 힘들다. 아직 소품 만드는 일을 많이 하지만 분장도 틈틈이 연습 중이라 앞으로는 분장쪽 일도 더 해보고 싶다.” 쉬는 날에도 집에서 영화를 보며 남들이 한 특수분장을 눈여겨 살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좋아하는 건 할리우드의 고전 SF영화였는데 요즘은 현실적인 영화를 더 많이 본다. 노인 분장처럼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는 현실적인 특수분장이 훨씬 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이다. 스탠 윈스턴의 동영상도 자주 본다.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기초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책? 책만큼은 특수분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국어로 쓰인 <탈무드> 같은 책을 주로 읽는다. (웃음)” 해외 체류 중이어서 불가피하게 현실적인 고민이 찾아오기도 한다. 비자 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비자가 해외 취업용 H2비자인데 지속적으로 갱신만 한다면 영구 체류도 가능한 F4비자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 F4비자를 받으려면 제조업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더라. 버섯을 재배하는 법이나 세탁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분장 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웃음)” 최근 한국 현장으로 건너와 일하고 싶어 하는 중국 영화인들이 많다는데, 한국 현장에서 일할 때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도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래 영화현장의 특수분장사로 남고 싶다”는 박영무특수분장사의 최종 꿈은 특수분장 디자인이다. “내가 어릴 때 스탠 윈스턴을 보며 특수분장사를 꿈꿨듯 나도 누군가에게 따라하고 싶은 손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특수분장은 분업화가 잘돼 있는 분야라 요즘은 스탠 윈스턴처럼 특수분장 디자인, 연출, 실무를 다 하는 독보적인 장인이 되기 힘든데 디자인, 연출까지 내가 다 할 수 있는 영화를 한번쯤 도맡아보고 싶다.”

<로봇, 소리> 촬영현장.

소리의 보호자

“소리는 현장에서 가장 소중히 다뤄진 배우였다. 소리와 특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 곽태용 대표님은 소리 아빠, 김호식팀장님은 소리 삼촌, 소리에게 옷을 입혀준 김정원 의상감독님은 소리 이모라 불렸다. 나? 나는 소리의 둘째 삼촌이었다. (웃음)” 박영무 특수분장사가 “셀의 대부분의 작품에 팀원으로 참여해 안전소품에 조금, 특수분장에 조금씩 손을 보탰던 것과 달리 <로봇, 소리>만큼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내내 붙어” 핸들링한 작품이다. 그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이 남다른 영화였다. 제작은 곽태용 대표, 조종은 김호식 팀장의 일이었지만 박영무 특수분장사야말로 소리의 ‘보호자’나 다름없었다.

영화 <불한당>(2017) <대립군>(2017) <군함도>(2017) <7년의 밤>(2017) <조작된 도시>(2017) <아수라>(2016) <밀정>(2016) <부산행>(2016) <터널>(2016) <로봇, 소리>(2016) <베테랑>(2015) <대호>(2015) <내부자들>(2015) <검은 사제들>(2015) <암살>(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 <간신>(2014) <허삼관>(2014) <강남 197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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