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플라워 쇼. 영국 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는 이 정원 박람회는 세계 각국 가든 디자이너들에게 꿈의 대회다. 영화 <플라워 쇼>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수상한 아일랜드 여성 메리 레이놀즈의 자서전 <데어 투비 와일드>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전원에서 자라난 메리(에마 그린웰)는 야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 그대로’를 디자인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길 바랐던 메리는 대도시 더블린으로 떠나 가든 디자이너 샬롯(크리스틴 마자노)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가든 디자인보다는 후원금을 받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샬롯은 메리의 디자인을 빼앗고 그녀를 매몰차게 내쫓는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메리는 꿈의 대회인 첼시 플라워 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메리 레이놀즈의 플라워 쇼 도전기엔 흥미진진한 사연이 많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 2천명 중 마지막 8명에 들었다는 점도 놀랍고, 세련된 원예사가 아니라 아일랜드의 초원에서 야생과 함께 살아온 농부들과 함께 정원을 완성해낸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플라워 쇼>는 메리 레이놀즈의 이처럼 굴곡 많은 여정을 사건의 발생 순서대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영화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기보다 업계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지 못했던 한 재능 있는 인물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영화다. 다만 아일랜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풍광, 첼시 플라워 쇼를 앞두고 메리가 머무르는 에티오피아의 이국적인 자연만큼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