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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양성평등, 시민의식, 교육과 노동의 공적 가치에 대한 인문주의적 성찰을 담은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다음 침공은 어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들쑤시던 악동 마이클 무어가 별안간 애국자가 된 것일까. 총 한 자루 없이 성조기만 든 채 유럽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내리 지기만 하는 전쟁을 벌여왔다. 분열과 증오, 또 다른 전쟁들이 이어졌다. 무어는 다른 전략을 짠다. 자칭 펜타곤의 전사가 되어 사상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없는 전쟁으로 어마어마한 것들을 약탈해오겠노라고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연간 8주 이상 유급휴가와 삶의 여유가, 프랑스에서는 빈민가 공립학교에서도 맛볼 수 있는 셰프의 급식이 타깃이 된다. 핀란드는 숙제와 표준화된 시험을 없앤 자율적 교육을 실시하며, 슬로베니아는 교육을 공공재로 생각하기에 대학 무상등록금 원칙을 지키고 있다. 독일은 중산층의 삶을 떠받치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힘을 존중하고 있으며, 마약을 합법화한 포르투갈에서는 인간의 존엄에 관한 헌법 기본정신에 충실하다. 이러한 상식적 실천이 삶의 질을 높이는 비밀병기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공권력, 통제, 차별과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은 시민의식, 자율성,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강조하는 국가들에게 의문의 패배를 이어간다. 무어가 미국을 언급할 때마다, 그 자리에 한국이 자동번역되는 듯 남 일 같지 않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호전적 뉘앙스의 제목과 달리 인권, 양성평등, 시민의식, 교육과 노동의 공적 가치에 대한 인문주의적 성찰을 담은 영화다.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한층 따뜻하고 명랑해졌다. 안심하시라, 통렬한 유머와 비판정신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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