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패색이 완연해진 1945년, 연합군은 대일 공동선언인 포츠담선언을 발표하며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쇼와 일왕(모토키 마사히로)과 스즈키 총리(야마자키 쓰토무)를 비롯한 내각은 항복하려 하지만, 군부는 불복하고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항복을 선언하기로 한 일왕의 라디오 방송 전날, 이를 막고 쿠데타를 일으켜 항전하려는 군부와 내각 사이 충돌이 벌어진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을 다룬 영화로, 일본이 스스로의 치부와 패배를 객관적이고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시선이 있느냐가 이 영화의 작품성을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패망하루전>은 태평양전쟁을 미화한 <남자들의 야마토>(2005)를 비롯한 우익 성향의 일본영화들과 달리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된 편이다. 패전을 받아들이는 일왕과 총리, 끝까지 항전하려는 군부의 갈등은 치열하지만 무력하고 덧없다. 영화는 항복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내각과 군부의 갈등을 연대기별로 보여주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패턴은 긴장을 잃는다. 몰락을 앞둔 그들의 치열함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그 결과는 어떤지 이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당시 일본의 몰락을 씁쓸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작품이지만 자기 연민에서 오는 미화의 혐의를 벗을 수는 없다. 2천만 국민이 가미카제로 나서 항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 장교들은 섬뜩하고, 국민을 위해 항복하겠다는 일왕은 신사적이고 기품 있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한도 가즈토시가 쓴 소설 <일본의 가장 긴 하루>를 원작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