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분의 1. 1950년 9월15일로 예정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확률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오직 한 사람만이 희박한 확률에 베팅을 걸었고 역사가 바뀌었다. 7월27일 개봉하는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에서 그 한 사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는 이는 영국 배우 리암 니슨이다. 저돌적인 의지와 치밀한 전략으로 맡은 바를 완수하는 강인한 남자의 초상을 떠올렸을 때, 리암 니슨은 최근의 할리우드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첫 한국영화 출연작 <인천상륙작전>으로 지난 7월13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들을 수 있었던 리암 니슨의 촬영담은 그가 유엔 연합군의 전설적이고 논쟁적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결코 소홀함이 없었음을 확인시켜줬다.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국전쟁에 대해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영국과 미국의 기준으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재한 감독이 나에게 맥아더 장군 역할을 제안했을 때 이 전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맥아더는 전설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대립과 충돌을 일으킨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이재한 감독의 작품을 통해 이렇게 논쟁적인 동시에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인천상륙작전>의 시나리오는 매우 복잡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개하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수많은 차원에서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많은 리서치와 독서가 필요했다. 특히 미국 작가 마크 페리의 <더 모스트 데인저러스 맨 인 아메리카: 더 메이킹 오브 더글러스 맥아더>라는 책은 맥아더가 얼마나 논쟁적인 인물이었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인물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함과 동시에 배우로서 새롭게 재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맥아더의 특성 중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모자를 늘 삐딱하게 쓰고 다녔는데, 그런 태도는 수많은 사령관들을 매우 화나게 했다. 또 그는 어딜 가나 파이프로 담배를 피웠다. 그런 행동 때문에 그에게서 특정한 권위와 권한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한편 군인들에게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인물인데, 수백만명의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으로서 맥아더만의 특별한 연출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한국 배우 이정재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함께 연기한 소감을 듣고 싶다.
=지금까지 7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진정한 배우를 만나면 나는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정재씨가 바로 그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는 정제된 아름다움과 집중력, 그리고 지성을 갖춘 배우다. 그게 내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그와 함께 연기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나는 훌륭한 전문 배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현장에서 매우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들었다. 작품을 읽던 도중 당신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결정적 장면이 있나.
=<인천상륙작전>의 대본은 그 자체로 호소력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얘기하고 싶다. 맥아더에게 질문이 제시된다. 유엔의 모든 사령관들이 당신의 아이디어는 미친 생각이라고 말한 뒤, 다른 군인들이 맥아더에게 우리는 모두 준비가 되었으니 작전을 실행할 것인지 물어본다. 맥아더는 그 자리에서 수백만명의 생명이 걸려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우리의 리더와 정치가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1월 인천을 방문해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찾았다고 들었다.
=매우 추운 날이었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인천 자유공원에 갔고 그곳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당시에 굉장히 긴장했었다. 그 아름다운 공원에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보면서, 한국에서 성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 분을 내가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지 긴장이 되더라. 하지만 동시에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거대한 미션과 많은 군인들을 추모할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