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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고 혼돈스러운 나흘간의 기록 <에브리바디 원츠 썸!!>
송경원 2016-07-13

1980년대 텍사스의 한 대학,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제이크(블레이크 제너)는 합숙소에 들어간다. 개강까지 남은 나흘간 제이크와 선배들은 매일 밤 술과 파티로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1993년에 연출한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연장이라고 봐도 좋을 이 영화는 가볍고 수다스럽고 지저분하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이 고등학교 학기 마지막 하루의 일탈을 그렸다면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그 고등학생들이 그대로 대학생이 되었을 때 놀고, 놀고, 또 노는 나흘간의 기록이다.

굳이 장르를 따지면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 같은 19금 B급 하이틴 코미디가 연상된다. 하지만 초반 10분만 봐도 전혀 다른 영화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늘 그랬듯 이 영화도 대부분 시시껄렁한 사건과 친구들의 수다로 채워져 있다. 특별한 일상을 관찰하고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주목하지 않는 시간까지 평범한 척 ‘설계’해나가는 방식이 링클레이터답다. 물론 잠시 뇌를 꺼놓고 봐도 소소하게 재미있다. 80년대 대학 유흥 문화의 총집합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각종 한심한 짓거리들을 선보이는 청춘의 방탕함은 그것만으로도 일말의 해방감을 안긴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간마다 가득한 80년대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웃기는 가운데 잔상처럼 오래 기억될 대사들도 잔뜩 있어 친구들과 한껏 수다를 떨다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게 채색된 과거를 소비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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