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산업 내의 성 불평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렇다면 영화 현장과 스크린 밖 평단에서는 어떨까?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는 ‘TV와 영화 속 여성에 대한 연구 센터’(the Center for the Study of Women in Television and Film)가 있다. 지난 6월 말 이 센터에서 인터넷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리뷰를 기반으로 ‘섬 다운 2016: 톱 영화평론가들과 젠더’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로튼토마토에는 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선별해 권위를 부여한 ‘톱 크리틱’이라는 평론가 집단이 있다. 보고서는 약 세달간 톱 크리틱에 속하는 영화 리뷰어들이 쓴 5776편의 영화 리뷰를 보고 이 리뷰를 쓴 평론가 247명의 성비를 조사했다. 그리고 톱 크리틱 집단에는 남성 평론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5700여편 이상의 영화 리뷰 중 남성 평론가가 쓴 글은 전체의 73%를 차지했으며 여성 평론가들의 리뷰는 27%에 불과했다.
영화 리뷰의 성비를 분석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보고서는 또다른 질문을 하게 한다. 과연 남성 평론가가 여성 평론가들보다 더 많은 글을 생산하는 걸까? 보고서에 따르면 이것은 개인적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영화 전문지나 엔터테인먼트 잡지, 웹사이트에서 글을 쓰는 남성은 74%이며 미국 대형 일간지에서 영화 글을 쓰는 남성은 71%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로튼토마토 톱 크리틱 지면의 평점을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를 쓴 마사 로젠은 영화평론가들 사이의 양성 불평등이 차이와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위 있는 평론가 중 여성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점은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여성의 고용 문제뿐만 아니라 영화 속 여주인공이 받는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 역시 <뉴요커>의 폴린 카엘과 <뉴욕타임스>의 마놀라 다기스 등 유명 여성 평론가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이들은 예외적인 사례일 뿐, 모든 유형의 출판물을 통틀어 영화비평은 남성 지배적인 비즈니스”라고 보도했다.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를 강타하고 있는 다양성 이슈는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그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