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무서운 이야기> 세 번째 시리즈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이예지 2016-06-01

2012년 시작한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가 어느덧 세 번째를 맞았다.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는 각각의 단편들로 이야기를 안내하는 브리지의 내레이터 역을 인간을 피해 도망친 여우 소녀로, 배경을 기계들이 지배하는 행성으로 설정하며 기존 시리즈가 가져온 호러에 SF의 색채를 덧입혔다. 브리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는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여우 소녀와 기계는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장례식의 멤버>(2008)를 연출했던 백승빈 감독의 <여우골>로 이야기는 포문을 연다. 깊은 산속, 묘령의 여인과 노인의 집에 묵게 된 선비 이생(임슬옹)은 이 마을에서 무언가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듀나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우골>은 구미호 전설에 SF적 설정을 가미해, 구미호가 아니라 역으로 인간의 존재가 한낱 기생충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메시지에 비해 영화는 거칠다. <전설의 고향>을 표방하는 듯 노골적이고 올드한 클리셰들이 다소 조악한 SF적 표현과 만나 B급 컬트무비를 만든다. 현재의 인간들의 모습을 담은 김선 감독의 <로드레이지>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다. 야밤에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과 시비가 붙은 수진(경수진)과 동근(박정민)은 끝까지 추격해오는 덤프트럭과 위험한 질주를 시작한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속도감 있게 선보이는 <로드레이지>는 <무서운 이야기>에서 돋보였던 좀비물 <앰뷸런스>를 만들었던 감독의 공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곡 감독의 <기계령>은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다. 예선(홍은희)은 어린 아들의 친구인 인공지능 로봇 둔코(이재인)가 오작동을 일으키자 폐기하지만, 둔코는 자꾸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기계에도 영혼이 있다는 설정을 호러로 풀어낸 접근 방식은 신선하고, 최근 회자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숙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마다 개별 차는 있지만, 기존의 호러에 SF적 색채를 가미하며 시리즈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시도가 반갑다. 호러 장르가 사장되다시피 한 한국 영화시장에서 세 번째 시리즈를 내놓은 뚝심 또한 충분히 인정받아야 할 지점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