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시선으로 가까운 주변을 바라보는 책 다섯권이 5월 북엔즈에 꽂혔다. 마야 안젤루는 죽음을 앞두고 쓴 자서전으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발랄하지만 외로운 7살짜리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로 가족간에 나누는 화해와 용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탐정물에 천착해온 하라 료는 투박하지만 푸근한 탐정을 내세워 험난한 세상에 자기 식대로 뛰어드는 10대들을 담는다. 오카다 다카시는 인문학과 의학을 경유해 우리가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분석한다. 이병초 시인은 제 고장 전주의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2016년의 한국을 생각한다.
미국의 거대한 지성, 마야 안젤루는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흑인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애썼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해 어머니날에 발표한 마지막 책이다. 평생에 걸쳐 나눈 모녀의 정은 마야 안젤루의 파란만장한 생만큼이나 값진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괴팍한 노인 오베 덕분에 소설가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프레드릭 배크만은 발랄한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들고 돌아왔다. 재미와 감동을 구렁이처럼 넘나드는 솜씨는 여전하고, 현실과 판타지를 능수능란하게 뒤섞는 베테랑의 면모까지 과시한다. 독자들이 <오베라는 남자>를 덮었을 때 결국 오베 할아버지를 헤아리게 됐듯이, 이 책도 지나치게 성숙한 여자애 엘사와 그녀를 언제나 가슴으로 응원하는 할머니를 사랑하도록 이끌 것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늦은 나이에 데뷔해 근 30년간 6권의 책을 펴낸 소설가 하라 료. 그가 쓴 거의 모든 소설의 주인공은 투박하고 무뚝뚝한 탐정 사와자키다. 하지만 현지에서 출간된 지 26년 만에 한국에 도착한 소설집 <천사들의 탐정>에서는 벼랑 끝에 놓인 듯 위태로운 10대 아이들이 사와자키 곁에 섰다. 그들의 짧은 여정은 “하드보일드는 건조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 선례로 남았다.
매번 인간에 대한 독특한 접근으로 세상 사는 법을 일러주던 오카다 다카시는 지난해 한국에서 발간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의 논의를 더 밀어붙인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를 통해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자칫 전문적인 영역으로 빠질 수 있었던 책은 쇼펜하우어, 생텍쥐페리, 나쓰메 소세키 등 저명인사들이 경험한 ‘인간 알레르기’ 사례들이 곁들여져 그의 다른 저서만큼이나 쉽게 읽힌다.
이병초 시인의 시는 세 번째 시집 <까치독사>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토속어 사용이 보다 만연해진 가운데, 그의 단어는 2014년 4월의 비극을 목도한 한국 사람들의 황폐한 마음을 노래하는 데에 바쳐진다. 고향 산천을 바라보는 더운 마음들은 정확히 도려내졌고, 무례하고 악랄한 시대를 감당하는 날선 눈빛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