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나홍진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2005)는 무시무시한 집요함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손님으로부터 ‘완벽한 도미요리’를 주문받은 요리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요리를 완성하려 하지만, 결국 무엇 때문에 요리를 만드는 것인지도 잊은 채 완벽에만 몰두한다. 그때부터였을까. <완벽한 도미요리>로부터 출발해 <추격자>와 <황해>를 거쳐 <곡성>에 도달한 감독 나홍진의 세계는 그게 무엇이든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으로 무장한 인물들의 강렬한 에너지로 들끓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의 특성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한다’는 나홍진의 치열한 연출관과도 맞닿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영화들이 매 작품을 거치며 고민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는 거다. “이제는 <추격자>가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어버렸다”고 말하던 감독은 전작에 안주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새로운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일 줄 아는 작가가 되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황해>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 올해 5월의 칸에서 나홍진 감독과 <황해>의 주연배우 하정우가 각각 <곡성>과 <아가씨>로 레드카펫에 따로 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