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실사영화 <정글북>과 샤룩 칸의 <팬>이 맞붙었다. 발리우드와 할리우드의 정면 대결이다. 인도 극장가는 자국영화가 주도해왔지만 할리우드 역시 활발하게 인도 영화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이중 발리우드 히트작과 호각지세를 이룬 영화는 드물다. 인도에서 흥행을 상징하는 스코어는 10억루피다. 흔히 ‘10억루피 클럽’으로 불리는데, 외화의 경우 제아무리 세계적인 히트작이라도 이 클럽에 입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글북>이 개봉 열흘만에 단숨에 10억루피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발리우드는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때마침 인도 최고의 스타 샤룩 칸의 <팬>이 개봉한 것이다.
먼저 <정글북>은 ‘큰 한방’에 대한 인도 관객의 목마름을 충족해준 작품이라 할 만하다. 배경이 인도인 데다 대자연에 소년과 동물이 등장해 인도인의 정서상으로도 이질감 없는 내용이며, 가족 중심의 인도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객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팬>은 발리우드의 자존심이자 흥행 갈증을 풀어줄 최적의 대항마였다. <팬>은 인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샤룩 칸이 1인2역을 맡아 스타와 팬 역할을 함께 연기하는 스릴러영화다. 스타 아르얀의 광팬으로 생김새까지 빼닮은 고라브가 아르얀의 냉대에 좌절한 나머지 얼굴이 비슷한 점을 악용해 그를 곤경에 빠뜨린다는 내용이다. <팬>은 개봉 첫 주말, 올해 개봉작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흥행 페이스는 기록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글북>과 <팬>의 흥행 경쟁은 발리우드 자체가 정글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글북>의 1주 천하는 의미 있다. 인도에서 통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글리는 정글을 넘어 인도 영화판에서의 생존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