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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감동의 눈물 모처럼 흘렀다
2002-03-26

아카데미상이 흑인에게 화해의 몸짓을 보냈다. 24일 미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이 시드니 포이티어(75)에게 돌아갈 때부터 이변의 분위기는 느껴졌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이 흑인배우 할 베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어 남우주연상까지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감으로써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은 흑인배우들을 위한 헌화의 자리처럼 보였다. 가장 격정적인 순간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 베리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였다. 할 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수상 연설을 통해 “이 시간은 앞서간 많은 이들을 위한 순간”이라며, “제이다 핀켓, 비비카 박스 등 많은 유색 동료 여배우들이 열고자했던 그 문이 이제야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을 돌봐주고 도와준 많은 스텝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무서운 세계에서 저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이 길어진다고 하자 그는 “가만히 좀 놔둬요, 74년만의 일이잖아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은 할 베리에 앞서 공로상을 수상한 포이티어가 원고도 없이 가라앉은 어조로 유색인종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자기 길을 걸어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얘기할 때였을 것이다. 그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를 딛고 내가 설 수 있었다”며, 리처드 브록스, 스탠리 크레이먼, 랠프 넬슨 등 많은 작고한 많은 선배 흑인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바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 모든 영예를 돌린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두 번이나 받았다. 그는 1963년 <야생백합>이란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처음 신설된 애니메이션상이 <슈렉>에 돌아간 것도 작은 이변이랄 수 있다. 미국 만화영화 산업의 철옹성 디즈니가 즐겨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온 원작 동화들을 신랄하게 패러디한 <슈렉>이,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제치고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쥔 것은 다양한 의미에서 변화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과 감독상이 모두 할리우드의 드라마 문법에 충실한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에게 돌아감으로써, 아카데미가 시각을 크게 뜯어고친 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많은 기대를 모았던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는 분장, 촬영, 시각효과, 작곡 등 4개상을 타는 게 그쳤다. ‘판타지’라는 낯선 장르가 아카데미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진 아직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 부문별 오스카상△각색상 <뷰티풀 마인드> △각본상 <고스포드 파크> △여우조연상 제니퍼 코넬리(<뷰티풀 마인드>) △남우조연상 짐 브로드벤트(<아이리스>) △외국어영화상 <노 맨스 랜드> △편집상 <블랙 호크 다운> △ 촬영상 <반지의 제왕> △장편 다큐멘터리상 <일요일 아침의 살인> △단편 다큐멘터리상 <토트> △미술상 <물랭 루즈> △단편 애니메이션상 <포 더 버드> △작곡상 <반지의 제왕> △단편영화상 <디 어카운턴트> △주제가상 <몬스터 주식회사> △분장상 <반지의 제왕> △의상상 <물랭 루즈> △음향상 <블랙 호크 다운> △음향편집상 <진주만> △시각효과상 <반지의 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