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1호 특대2호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첫 번째 대화로 배우 박중훈과 김홍준 감독이 만난 임권택 감독과 배우 안성기, 두 번째 대화로 신작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김상범 편집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정서경 작가, 그의 연출부 출신인 류승완 감독과 비록 <아가씨>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박찬욱 월드에 당당히 자신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배우 오달수가 만난 박찬욱, 세 번째 대화로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김동원과 경순 감독, <경계도시>의 홍형숙과 강석필 감독, 그리고 <춘희막이>의 박혁지 감독이 신작을 소개하는 3개의 인터뷰, 끝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자 각각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내놓은 젊은 세 감독 조성희, 윤성현, 안국진 감독의 대화까지, 1051호에서는 한국영화의 지난 역사와 현재가 하나로 만나는 광경을 꿈꿨다.
박찬욱 감독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했던 대담으로부터 나흘 뒤, 그들이 함께 작업한 <아가씨>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읽어보면 알 수 있겠으나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들기 전부터 오래도록 마음 깊이 품어온 프로젝트 <복수는 나의 것>과 <박쥐>를 완성하면서 박찬욱 감독에게 찾아든 허탈함은, <스토커>를 통해 전혀 다른 환경인 미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또한 스튜디오와의 밀당 속에서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돌아와 다시 예전의 스탭들과 뭉친 작품이 바로 <아가씨>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창작자로서 일종의 초기화를 한 그가 내놓은 첫 작품이 <아가씨>인 것. 경쟁부문 진출 소식과 함께 좌담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기쁘기도 한데, 아무튼 지난해 배우 송강호 별책부록에 이어 두 번째로 박찬욱 별책부록도 제작했다(일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에게도 축하 인사를 건넨다. <부산행>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멋진 이미지들 역시 이번호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총선 이야기다. 난생처음 부산 집에 전화하여 부모님께 ‘압력’을 가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련자로서 1번 당 출신의 시장 때문에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 효과 때문이었는지 부산에서 무려 5명의 야당 후보(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아니기에 ‘야당’이라고만 하겠다)가 당선되는 ‘기적’이 벌어졌다. 그것이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를 도탄에 빠트린 1번 출신 사람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아무튼 총선 결과에 흡족해하며 처음으로 부산과 관련된 소식으로 웃고 있을 때, 시애틀에서 활약하고 있는 부산 롯데 자이언츠 출신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끝내기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돼호’가 쿵쿵쿵 지축을 울리며 홈으로 돌아올 때 정말 눈물이 나왔다. 그가 해외로 떠나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애정을 접었던 나로서는 겹경사였다.
그래서 이제 진짜 하나만 남았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KTX 안에서 공유가 아이를 안고 있는 <부산행> 해외 포스터에는 ‘TRAIN To BUSAN’이라는 제목이 크게 박혀 있다. 올가을 즐거이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을 수 있게 되길 소망해본다.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도 이번에 부산시에 의해 효력이 중지된 부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다. 해운대에서 박찬욱, 하정우, 김민희, 김태리, 조진웅이 함께하는 <아가씨> 무대인사를 볼 수 있게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