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진 대위님 앓이 중인 대한민국 여성들이여,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주연 작부터 찾아보고 있나요? 이런 아마추어 같으니라고. 진짜 덕후들은 5초 출연작까지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님? 송중기의 꼬꼬마 시절, 조연 작품들을 찾아봅니다.
2009 <트리플>
오빠, 동생 사이라고 우기는데 아빠와 딸로 보이는 이정재-민효린의 러브 라인으로 시청률 4%까지 찍은 이 드라마에서 송중기는 하루(민효린)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스케이트 선수 지풍호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송중기는 고등학생 때 스케이트 선수이기도 했다. 상대방은 싫다는데 계속 들이대며 기습뽀뽀하고, 고향 집까지 쫓아가는 행태는… 고소감. 그래도 “힘내라, 이하루. 오빠가 있다!” 스케이트장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지풍호 오빠 때문에 내 이름도 ‘이하루’로 개명할 뻔.
2009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김수현이 고수의 아역으로 나오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송중기는 여주인공 한지완(한예슬)의 오빠 한지용으로 짧게 출연한다. 다정한 오빠인 이 ‘엄친아’가 단명하는 이유 또한 곡절이다. 지용은 동생이 강에 떨어트린 목걸이를 찾다가 익사한다.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불러서, 고3 때 정리한 핵심 노트까지 전해주는 오빠(이 장면에서 여러분은 송중기와 김수현의 투샷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오빠는 실존하지 않는다.
2010 <산부인과>
지금은 의사와 연애하는 유시진 대위님, 원래 본인이 의사셨다. <산부인과>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경제적 이유로 의대를 택한 철없는 레지던트 안경우로 출연했다. 간호사 영미(이영은)와 이별하며 “엄마가, 우리 궁합이 안 좋대.” 라고 꽁무니 뺄 때에는 욕이 절로 나오지만, 병원 계단에서 키스 할 때에는 흐뭇. 김영미 선생, 그래도 나쁜 남자는 다시 만나면 안 돼요. 그러니 제가 만나겠습니다. 송중기는 “출산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여자를 존경하게 됐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결혼하면 좋은 남편이 될 게 분명하다.
2010 <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에서 송중기는 여림(여자를 밝힌다 하여 호가 여림이다) 역할을 맡았다. 극 중 기생 초선(김민서)에게 ‘천하미색’이라고 하는데 한복 입은 송중기야말로 천하미색을 뽐낸다. 송중기는 인생에서 풍류만 중시하는 성균관 유생 여림을 원작보다 더 어른스럽고 비밀스러운 남자로 그렸다. 송중기와 유아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서로를 지목하며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하였으니 두 남자는 어서 출연을 성사시켜 브로맨스를 시전하여라. 에헴.
2016 <태양의 후예>
송중기 종파의 전도에도 불구 “난 그런 꽃미남or기생오라비 스타일은 싫다”며 강직하게 마음을 지켜온 여성들까지 사로잡았다. 이번 총선에 송중기가 나오면 ‘나라를 말아먹어도 뽑겠다’는 댓글이 있을 정도. <태양의 후예>는 그간 송중기가 쌓아왔던 능력들을 유시진 대위의 육체 안에 알짜배기 모듬회 세트처럼 모았다.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온 미소년’의 대명사였던 그가 육체적인 능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유시진 역할을 만났으니…말해 뭐해. ‘제비족’ 같은 느끼한 대사도 송중기의 안정적인 발성을 거치면 진심을 담은 고백이 된다. 그러고 보면 데뷔 후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한번 없었던 중기님이 아니신가. 대통령님, 국민 건강을 위하여 일가정 일중기가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