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 단 한명의 아티스트 혹은 단 한장의 음반만 꼽아야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곤란할 이 질문이 내게는 전혀 곤란하지 않다. 왜냐하면 음악에 관한 한 나는 요지부동,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남자이기 때문이다. 1998년이었을까. 이 음반을 누군가가 추천해줬고, 이후로 이 아티스트와 앨범은 내 인생의 ‘Only One’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 영광(?)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할 때다. 그는 바로 제프 버클리이고, 앨범 제목은 《Grace》(1994)다. 이 음반은 제프 버클리의 유일한 정규작이다. 그는 1966년에 태어나 1994년에 이 앨범을 발표하고 1997년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제프 버클리는 무엇보다 간략하게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아티스트였다. 음악적인 다채로움부터 실존적 아이러니(아버지 팀 버클리의 음악적 재능을 이어받았으나 아버지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를 거쳐 비극적인 생의 마무리까지, 그가 지녔던 복합성은 가히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또한 재즈, 블루스, 솔, 포크, 록 등을 한 그릇에 담아낸 《Grace》는 확실히 1990년대를 휩쓸었던 얼터너티브/그런지와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성질의 작품이었다. 즉, 이 음반의 충격파는 당대의 그 어떤 조류와도 무관한 동시에 그것 모두를 한몸에 체화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역설에 있었다.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하게도 <Grace>에 위치한다. 얼마 전 버클리 부자의 일대기 중 일부를 그린 영화 <굿바이 버클리>가 개봉했다. 영화 상영 뒤에 ‘관객과의 대화’를 김세윤 작가와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어 좀 아쉬웠다. 조금이라도 더 조명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