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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마음 <헝거>
장영엽 2016-03-16

지난 200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영민한 신인감독의 탄생을 알린 이 작품은 ‘헝거 스트라이크’(hunger strike), 즉 북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위해 단식투쟁을 했던 IRA 단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 중심에는 북아일랜드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인 보비 샌즈(마이클 파스빈더)가 있다. 그는 1981년 66일간 음식을 거부한 끝에 목숨을 잃었고 그 이후로도 아홉명의 IRA 단원들이 단식투쟁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영화는 메이즈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심리를 좇으며 감상에 젖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기능했던 IRA 단원들의 육신에 주목한다.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감옥 내부의 풍경이다. 영화의 초반부, 는 교도소에 처음으로 도착한 IRA 출신 수감자가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되는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비춘다. 그들을 정치범으로 인정하지 않는 영국 정부에 반발해 죄수복이 아닌 담요를 두른 수감자가 도착한 곳은 인간이 머물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수감자들의 몸에서 나온 온갖 배설물이 벽에 가득하고, 간수가 준 식판을 엎어버려 바닥에는 음식이 흥건하다. 이 생지옥 같은 곳에서 보비 샌즈와 죄수들은 맞고, 싸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며 오직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버틴다.

스티브 매퀸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신념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그건 단순히 살아남는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한 문제다. 개개인에게 주어진 환경이 신념을 막아섰을 때,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맞서 싸우는지 지켜보는 건 이후 <셰임>과 <노예 12년> 등 매퀸의 차기작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 변주되어온 관심사다.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헝거>는 몸의 항거를 통해 1980년대 영국과 아일랜드를 관통했던 정치 투쟁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영화의 중반부 롱테이크 장면에 주목하길. 보비 샌즈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샌즈와 신부의 흥미로운 논쟁이 16분 동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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