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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 <스포트라이트>

이번 겨울에 나란히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와 <빅 쇼트>는 이란성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빅 쇼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는 영화라면, <스포트라이트>는 실제로 발생했던 가톨릭 사제의 집단 성추행 사건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는 영화다. 두 영화는 모두 시스템이라는 괴물이 어떻게 문제를 방조하고 악화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소재를 다루는 태도는 동일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반대다. <빅 쇼트>가 금융권 내부자 여섯명의 개별적인 에피소드의 조합이라면(영화는 개별 이야기를 교차시키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는 철저하게 외부자의 위치에 놓인 언론사 취재팀이 베일에 싸인 가톨릭의 문제를 파헤치는 팀플레이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보스턴 글로브>는 심층취재(spotlight)를 전문적으로 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을 운영한다.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신임 국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은 30년간 보스턴 내 6개 교구에서 80여명의 아이들이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15년 전 추기경이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한 정황이 있다는 칼럼에 주목한다. 마티는 스포트라이트팀에 해당 사건을 집중 취재할 것을 요청한다. 팀장 로빈슨(마이클 키튼)을 중심으로 한 세명의 팀원은 피해자, 변호사, 신부, 교구청 등을 상대로 각개전투를 벌이며 취재를 진행한다. <스포트라이트>의 힘은 치밀하게 배열된 각본에서 나온다. 토머스 매카시 감독과 공동 각본가 조시 싱어는 짧고 간결하지만 뼈 있는 대화법을 탁월하게 구사해낸다. 한 꺼풀 벗겨내야 진의가 드러나는 대사가 정신없이 쏟아지면서 빠른 속도로 극이 전개된다. 개별 대사를 음미하는 재미도 있지만, 인물들의 대화는 그 자체로 영화 전편이 거대한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그 긴장감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은 (스포트라이트팀이라는) 시스템과 (교구청-법조계-사건을 방조한 언론이라는) 시스템의 대결이다.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애덤스의 호연은 <스포트라이트>가 기자에 관한 직업영화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데 일조한다. 제50회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각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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