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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천만의 이유는 무엇인가?
김성훈 2016-02-19

천만 관객 돌파 목전에 둔 <내부자들>의 흥행 의미와 그 비결을 살피다

<내부자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19일 개봉한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2월2일 오전 현재 912만명(<내부자들>의 707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2월2일 오전 기준)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205만명을 합친 수.-편집자)의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친구>(2001)의 818만1377명을 제치고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1위에 오른 성적이기도 하다. 참고로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영화 흥행은 <내부자들>, <친구>, <아저씨>(617만명), <타짜>(568만명), <추격자>(504만명) 순이다. 개봉 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언론시사에서 첫 공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파괴된 사나이>(2010), <간첩>(2012) 등 감독의 전작이 아쉬웠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천만 가까이 되는 관객이 <내부자들>을 보기 위해 극장에 몰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씨네21>이 <내부자들>의 흥행 의미와 비결을 분석했고, 흥행과 관련한 이런저런 풍문들을 상세하게 파헤쳤다.

지난 1월29일 금요일 오후 CGV상암. 평일 오후 시간대라 비교적 한산한 상영관 입구에서 몇몇 관객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상영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20, 30대 젊은 여성 관객이 유독 많았다. 연남동에 사는 여대생 김민정씨는 “감독판이 본편보다 훨씬 길다고 해서 어떤 장면이 추가됐는지 궁금해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상암동에 사는 30대 권선미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극장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본편과 감독판 모두 이미 감상했다. 이번이 3번째 극장 관람이다. 러닝타임이 만만치 않지만 지루할 새가 없다. 영화를 본 뒤 아이를 데리러 가면 시간이 딱 맞을 듯하다”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관객 중 절반 이상인 57%가 여성 관객

지난 1월28일 CGV여의도에서 열린 ‘2016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 따르면, 전국 CJ CGV에서 <내부자들>을 관람한 관객 중 절반 이상인 57%(1월28일 기준)가 김민정씨나 권선미씨처럼 여성 관객이었다. 이중 26%가 20대 여성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많았다(30대 여성 15.%, 40대 여성 10.6%, 50대 여성 3.8%, 60대 이상 여성 0.8%). 또 <내부자들>을 두번 이상 관람한 관객 비율은 무려 7.1%에 이른다. 보통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재관람률이 평균 5%를 웃돈다고 하니 <내부자들>의 그것은 꽤 높은 편이다. 그러니까 20, 30대 젊은 여성 관객이 이 영화를 두번 이상 관람하면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최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관객수가 증가하고 있는 극장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내부자들>을 포함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강남 1970> <차이나타운> 등 지난해 개봉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불러모은 관객은 총 1만8천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이다. 전년도의 1만2천명에 비해 무려 6천명이나 증가했다. 투자•배급사 배급팀의 한 관계자는 “천만 관객을 의식해 감동을 주는 게 목표인 가족영화가 최근 많지 않았나. 젊은 관객이 그런 트렌드에 싫증을 느낄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내부자들>의 NPS(Net Promoter Score, 입소문 고객 지수 )는 35.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NPS 순위는 1위 <내부자들>, 2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26.8%, 3위 <신세계>의 17.7%다). NPS는 영화를 추천하는 고객수에서 영화를 추천하지 않은 고객수를 뺀 비율로, 입소문 고객 지수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력한 입소문이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다.

<내부자들>

앞에서 언급한 숫자들은 <내부자들> 흥행 성격을 설명해주는 결과론적인 지표일 뿐이다. 그 많은 관객이 <내부자들>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주인공인 건달 안상구(이병헌)가 돈도, ‘빽’도 없는 젊은 검사 우장훈(조승우)과 함께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내부자들에 맞선다는 이야기가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주었으니까?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배급업과 상영업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서 그건 다소 현학적이고 게으른 분석이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내부자들>의 흥행은 쇼박스의 영리한 배급과 마케팅 전략,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권력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선정적인 장면 등 삼박자가 잘 맞물린 덕분에 가능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다.

잘 알려진 대로 <내부자들>의 원래 개봉일은 지난해 5월이었다. 하지만 여러 내부 사정 때문에 쇼박스는 개봉일을 12월 성수기로 고려하던 중, <대호> <히말라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세편이 12월16일 같은 날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11월 중순으로 앞당겨야 했다. 김도수 쇼박스 한국영화 제작투자 본부장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까닭에 스크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경쟁작이 적어 큰 부담감 없이 롱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라인업 숫자가 많아 개봉 날짜를 변경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한 CJ엔터테인먼트와 달리 라인업이 1년에 대여섯편인 쇼박스로서는 사업성과를 올해 안에 내야 했고, 그러다보니 <내부자들>을 내년으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회사 내부 사정도 고려됐을 터다. 쇼박스의 목표는 관객수 500만명 동원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는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원작 웹툰의 정치적인 이야기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범죄영화의 오락적인 재미를 알리는 데 주력한 것도 그래서다. 김지연 쇼박스 마케팅 1팀장은 “정치적인 소재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 잔인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라며 “여성 관객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전략은 먹혔다. 마침 12월 성수기 시장의 강력한 적수였던 <대호>가 예상과 달리 페이스를 일찍 잃었다. 12월30일 개봉한 신작 <조선마술사> 역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극장으로선 연말에 돈을 바짝 벌기 위해 <대호>를 대신할 만한 영화가 필요했다. 개봉한 지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500만 관객을 돌파한 <내부자들>이 극장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 더없이 적합했다. 덕분에 감독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12월31일 새로 개봉해 <히말라야>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 양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관객수가 곧 입소문

관객이 늘면서 마케팅에도 힘이 붙었다. 쇼케이스를 개봉 전이 아닌 개봉 후로 잡은 것도 “관객이 늘어나면 배우에 대한 호감도와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더욱 폭발적일 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 계산대로 관객이 증가할수록 출연배우들은 화제가 되었다. 개봉한 뒤 열린 쇼케이스에서 배우들은 “600만명을 동원하면 관객과 프리 허그를 하고, 영화 삽입곡 <봄비>를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이병헌과 조승우는 700만명 돌파를 앞두고 관객 앞에서 <봄비>를 불렀다. 듀엣의 열창 때문인지는 몰라도, 운 좋게도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감독판으로선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늑대소년 확장판>(2012)의 41만명보다 무려 다섯배 가까운 숫자다. 이처럼 배급과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관객의 입소문 덕분이다. 그렇다면 입소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단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 투자•배급사 투자팀 관계자는 “특히 이병헌씨의 연기가 훌륭했다. 관객이 ‘깡패’ 안상구에게 쉽게 몰입하도록 하는 게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었다. 그 점에서 이병헌은 관객을 완벽하게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개한 일반 관객 권선미씨 역시 “조승우씨가 안상구를 연기했더라면 안상구에게 몰입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반면 이병헌씨가 안상구 같은 밑바닥 캐릭터를 연기하니 자연스럽게 말이 되더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으니 입소문이 났다? 좀 빤한 대답인가. 그렇다면 질문을 달리 던져보자. 사람들은 <내부자들>의 어떤 장면을 보고 친구나 가족에게 입소문을 냈을까. 한 영화감독의 얘기가 이 질문에 작은 힌트가 될 것 같다. 그는 “정치인과 재벌 그리고 언론사 주필이 여자들을 불러다가 발가벗고 노는 장면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제작자는 “그 장면이 관객을 움직인 입소문의 근원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으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이 작품이 가진 재미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관객을 합쳐 천만명 돌파를 앞둔 이 작품은 최근 암초를 만났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신작 못지않은 스크린 수를 배정받는 조건으로 극장과 9:1(극장:배급사) 부율로 계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부율은 극장과 배급사간의 매출 분배 비율을 뜻한다. 기존에는 배급사와 극장이 50:50으로 극장 매출을 똑같이 나눠가졌다가, 지난 2013년 노•사•정 동반성장협의회에서 배급사 대 극장을 55:45로 변경한 바 있다. 쇼박스는 “부율 조정과 관련한 내용은 배급사와 극장간의 계약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렵다”지만,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부율 조정을 통해 스크린을 유지한 게 사실이라면 그 기간 동안 개봉한 신작들이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돈과 권력의 부조리함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풍자한 영화라서 더더욱 아쉬울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나 표현 방식이 반드시 완성도나 창의력을 보장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전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지나치게 친절한 서사 장치를 장착한 한국영화들을 봐오지 않았나. 어쨌거나 천만 관객을 동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내부자들>의 흥행은 오랜만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시장 가능성을 입증한 것 같아 반갑다.

<내부자들> 촬영현장.

소문 01. <내부자들>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데이지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크레딧으로 올라가 있는 (유)내부자들 문화사업전문회사는 다른 회사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둘은 엄연히 다른 법인이다. 문화사업전문회사(이하 ‘문전사’)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실행하기 위해 임시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다. 페이퍼 컴퍼니라고도 불린다. <해무> <덕혜옹주> 등 최근 문전사로 제작되는 한국영화가 몇몇 있다. 문전사 운영 원리는 간단하다. 문전사는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사업 관리를 위탁한다. 위탁사들은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를 각각 선정해 프로젝트 진행을 맡긴다. 프로젝트가 정산까지 마무리되면 해산한다. 데이지엔터테인먼트가 문전사 방식으로 이 영화를 진행한 것은 “평소 부채가 많아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조달받을 경우 그 금액이 고스란히 채권 순위에 따라 채무자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영화계의 의견들이 많다. 문전사를 설립하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방식으로 제작했을 거라는 얘기다.

소문 02. 감독판의 부율 조정은 정말 옳지 못한 선택일까.

돈은 벌 대로 벌었으니 부율을 극장에 유리하게 조정해 스크린 수를 유지하는 대신 관객수를 더 늘리는 건 업계에서 쉬쉬하던 관행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많은 흥행영화들이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거나 천만 관객을 넘어선 뒤 즐겨 선택해왔던 방식이다. 배급사는 부율을 조정해 매출을 조금만 챙기는 대신 관객수 기록을 세울 수 있고, 극장은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신작보다 여전히 좌석점유율이 높은 흥행작에 스크린 수를 내줌으로써 좀더 많은 매출을 챙길 수 있다. 배급사와 극장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비즈니스라는 얘기다. 따라서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천만 영화’ 시대의 또 다른 씁쓸한 풍경이라 하겠다.

소문 03. 정치인과 재벌 그리고 언론사 주필의 섹스 파티 장면이 40대 이상 여성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건 사실일까.

사실 <내부자들>을 본 40대 여성 관객의 비율은 높지 않다. 20대와 30대 합쳐 무려 73.6%(CGV 관람객 기준)를 차지하는 반면, 40대 관객의 비율 자체가 18.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영화 마케팅 업계에서는 영화 속 섹스 파티 장면이 40대 이상 여성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한 영화 마케팅 관계자는 “가족과의 저녁식사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내부자들이 발가벗고 논다더라, 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 얘기를 들은 친척 부부가 영화에 큰 흥미를 가지더라”라며 “이건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고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깡패와 검사가 기득권 세력을 응징하는 데서 오는 쾌감만큼이나 ‘기득권 세력이 그렇게 논다더라’라는 호기심이 40대 이상의 여성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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