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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 프로젝트 <나쁜 놈은 죽는다>
송경원 2016-02-03

중국어 교사로 근무 중인 창주(진백림)는 휴식차 친구들과 제주도로 떠난다. 여행 도중 사고가 난 차량에 기절해 있던 여인 지연(손예진)을 발견한 일행은 그녀를 병원으로 옮기려 한다. 한데 갑자기 깨어난 여인이 경찰을 총으로 쏘고 창주와 동생을 인질 삼아 도주한다. 친구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오해를 받아 도리어 수배범 신세가 된다. 한편 의문의 사내가 지연을 쫓는 가운데 지연의 사정을 알게 된 창주는 그녀와 함께 자신들을 위협하는 범죄 집단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한•중 합작영화는 일방적인 수혜나 기술 제휴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한 지 이미 오래다. 양국의 모든 관객을 만족시킨다는 모호한 목표는 사라지고, 정확한 타깃 분석과 그에 따른 필요한 인력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합작’보다 ‘영화’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쁜 놈은 죽는다>는 강제규, 펑샤오강 감독이 제작을 맡은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펑샤오강의 조감독 출신인 손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제주도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신인감독의 젊은 감각에 더해 손예진, 진백림 등 한•중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을 포진시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말해 <나쁜 놈은 죽는다>는 합작영화가 저지를 수 있는 문제들을 거의 모두 답습한 실패작이다.

코미디는 합작영화 중에서도 다루기 쉽지 않은 장르다. 보편타당하게 소통 가능한 액션이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신파, 의외로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한 호러에 비해 웃음은 지역적인 코드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나쁜 놈은 죽는다>가 제시하는 웃음은 명백하게 중국 관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의 웃음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다. 노력의 흔적은 보이지만 대체로 어설픈 한국어 대사들이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서사는 중구난방에, 스릴러의 긴장감도 없고, 액션은 조악한 수준이다. 구태여 제주에서 로케이션한 이유도 찾기 힘들다. 지난해 11월경 먼저 개봉한 중국 박스오피스 성적이 나름 선전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기계적인 결합이 마이너스 효과로 이어진 뼈아픈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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