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독일 역사상 실용서 부문 최대 베스트셀러인 <그래서 나는 한번 떠났다>(Ich bin dann mal weg)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국에도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2007)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원작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던 독일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2001년 여름, 자신을 찾아 훌쩍 떠났던 일을 기록한 자기고백 기행문이다. 건강이 나빠져 담낭 제거 수술을 한 그는 의사에게 최소 3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782km에 달하는 ‘야고보 길’(Jakobsweg), 이른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걷기를 감행한다. 이 책은 2006년 출간 이후 100주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500만부 판매를 이뤄냈다. 이와 더불어 독일인들 사이에서 야고보 길 순례 열풍을 일으켰다.
영화는 관광엽서 같은 피레네산맥 한여름 절경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주인공의 내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길동무도 빠질 수 없다. 마티나 게데크가 여행 중 길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는 스텔라 역을 연기했다. 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자기 극복을 위해 길을 나선 여성이다. 걷는 동안 필연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주인공의 과거 회상 장면도 들어 있다. 어머니를 잃은 케르켈링의 어린 시절 기억도 플래시백으로 삽입된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목소리가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는 끝까지 케르켈링이 어떻게, 어떤 답을 찾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걷는 과정에서 신을 만났다고 확신한다. 결국 질문의 답은 각자의 몫이다. 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율리아 폰 하인츠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던 전작 <한나의 여행>(2013)을 몬트리올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선보이며 호평받은 바 있다. 하페 케르켈링 역을 맡은 이는 연기파 배우 데비트 스트리조브다. 그는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옐라>에서 호연을 선보였고, 현재 TV 범죄 드라마에서 형사 역으로 출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