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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갈 수 있는 인생의 1분을 시로 쓴 사람”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6-02-04

윤동주, 송몽규 역의 강하늘, 박정민 인터뷰

박정민, 강하늘(왼쪽부터).

-<동주>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강하늘_대본이 좋아서 선택했다. 윤동주라는 인물은 인생에서 단 한번 맡을 수 있을 역할이잖나. 윤동주 하면 한국 사람 모두가 사랑하는 시인이고.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라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

박정민_나는 (윤)동주 역할이 아니라서, 다음에 동주 역할 한번 해보는 걸로. (웃음) 내가 할 말을 하늘이가 다 했다. 대본이 굉장히 좋았고, 이걸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영화 중간중간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나온다. 하늘이가 내레이션을 하고. 그 부분이 나는 정말 좋았다. 마치 그 상황의 윤동주 선생님이 시를 쓴 것처럼 적재적소에 시가 등장하는 걸 보고 정말 괜찮다, 그런 생각을 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어떤 인물이라고 봤나.

=강하늘_그냥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윤동주라는 분을 내가 이렇게 표현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떤 상황 안에서 윤동주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고민을 했었다. 이분이 어떠어떠한 분일 거라는 확고한 결론을 내고 시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더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될까봐 (인물에 대한 해석을) 좀 열어두고 시작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윤동주 선생님은 시를 사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흘러갈 수 있는 인생의 1분, 1분을 시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그 시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다.

박정민_몽규는 대사에도 나오는데, 불나방 같은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정확하게 싸울 줄 알고, 쉬운 말로 하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다. 당시 세상이 온통 불의였기 때문에 그 불의에 맞서려고 어릴 때부터 굉장히 노력한 사람이고. 그런 동물적인, 행동주의적인 몽규의 면모가 전혀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동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보면 그 영향 때문에 동주가 비극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싶다. 멋있고 또 한편으로는 가여운 인물인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동주에게 몽규는, 몽규에게 동주는 어떤 존재인가.

=강하늘_동주에게 몽규는 인생에 정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친구다. 이 관계 안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시기도 있을 거고, 열등감도 있을 거고, 친구로서 미안함도 있을 거고. 정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 그게 동주가 생각하는 몽규인 것 같다.

박정민_어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몽규는 동주가 우선인 친구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동주가 교육을 잘 받고 안정적으로 살아야 자기 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몽규다. 브로맨스까지는 아니어도 그 정도까지 몽규는 동주를 생각하는 것 같다. 동주를 위해 필요하다면 멀리할 줄도 알고. 정말 동주를 위하는 사람인 것 같다.

-<파수꾼>(2010), <스물>(2014) 등의 작품을 통해 당신들은 종종 동세대 청춘의 모습을 스크린 속에 아로새겨왔다. 과거로 돌아가 70, 80년 전 청춘을 연기하는 소감이 어떤가.

=강하늘_<쎄시봉>(2015)을 했고 <스물>을 했지만, 항상 느끼는 건 청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나이대만이 가질 수 있는 활발함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단지 컴퓨터가 있었느냐 스마트폰을 썼느냐 그 차이일 뿐이지 청춘의 활발함과 열정은 어느 시대나 늘 존재했던 것 같다.

박정민_<동주> 속 그 시절을 고증하는 글들의 문체가 좀 고리타분하잖나. 그래서 우리가 그 시대 청춘을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는 점도 있을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 텐데. 30년 뒤에 누군가가 지금 이 시대를 바라본다고 생각해보라. 지금의 우리는 완전 망나니인데, 이후 세대가 보기에는 굉장히 고상해 보일 수도 있는 거잖나. 그래서 감독님도 우리에게 ‘명랑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윤동주라는 이름에 눌리지 말고, 명랑하고 유쾌하게. 그렇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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