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상영관인 부다페스트의 우라니아 국립영화관. ‘당신 눈앞에 한국’이란 내용의 문구가 적힌 영화제 포스터가 크게 걸려 있다.
커뮤니티의 일원인 테레즈 빈체 ELTE 대학 교수는 “할리우드 시스템이나 기술을 닮아 있지만, 한국만의 내러티브나 구성 방식이 매력적이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영화커뮤니티의 핵심 멤버인 벅서 티메어(왼쪽)와 팁시체 아드리엔.
우라니아 국립영화관 내부. 관객들이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헝가리 현지인들이 꾸민 개막식 축하 공연.
‘KOREA A SZEMED ELOTT’ 겨울의 문턱에서 헝가리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한국을 마주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10일 저녁,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부다페스트 우라니아 국립영화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헝가리 한국영화제의 개막일. 극장 로비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도 여럿 눈에 띄었다. 개막작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보러 온 헝가리 관객이다.
서툰 한국말로 또박또박 본인을 “할머니”라고 소개한 70살 에기나는 “5번째 영화제 방문이다. 한국영화의 탄탄하고 극적인 전개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면서 “내일은 <신세계>를 관람”할 계획이란다. 에기나는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남겼다.
영화제는 헝가리 현지인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커뮤니티(Korean Film and Drama Community)의 손짓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영화제를 총괄하는 김병욱 헝가리 한국문화원 실장은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집약된 커뮤니티”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커뮤니티의 활동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인 팁시체 아드리엔과 벅서 티메어는 “다양한 장르와 인간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가 좋다”며 한국영화의 매력을 꼽았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한류 페스티벌인 ‘KCON’처럼 헝가리 한국영화제를 유럽 내 가장 큰 한국 문화 행사로 키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다페스트 한 도시에서 상영하던 영화제를 2014년에는 3개 도시 5개 극장으로, 2015년에는 4개 도시 6개 극장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일부지만 영화제 입장권의 유료화를 추진했다. 관람료는 회당 500포린트(약 2천원). 2007년 약 300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헝가리 한국영화제는 이제 7천명 이상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영화제로 부상했다. 헝가리에 부는 한류 바람이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