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데이비드 보위를 종종 떠올리게 된 계기는, 그가 직접 작곡하고 불러 1969년에 싱글로 발매된 <Space Oddity>를 통해서였다. 일단 들을 일이 많았다. 우주로 발사된 탐사선에 문제가 생기고 톰 소령(Major Tom)이 우주 미아가 되어 사라져버린다는 내용의 노래다. 고장난 우주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교신으로 전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바로 아이슬란드의 한 낡은 바에서 <Space Oddity>가 흐를 때였다. 도전을 망설이는 월터(벤 스틸러)에게 환상으로 나타난 셰릴(크리스틴 위그)이 이 노래를 불러주고, 그는 헬기에 오른다.
사실상 10년 만의 장편을 만든 프루트 챈의 홍콩영화 <미드나잇 애프터>(2014)에서도 <Space Oddity>를 들을 수 있었다. 운전기사(임설)를 필두로 팻(임달화), 잉(혜영홍), 치(황우남) 등을 태운 버스가 구룡반도와 신계 지역의 경계인 사자산의 터널을 지나면서 기상천외한 일을 겪는다. 마치 4차원의 세계에 당도한 것처럼 그들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것. 본토 반환 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홍콩을 조그만 버스의 손님들로 비유한 셈인데, 다른 세상과의 교신에 실패하고 외롭게 식당에 모인 그들 위로 흐르는 노래가 바로 <Space Oddity>다.
최근 <그래비티>(2013)와 <마션>(2015)이 담고자 한 ‘우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서 자동적으로 흥얼거린 내면의 O.S.T 또한 <Space Oddity>였다. 2014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 크리스 햇필드가 실제로 우주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영상으로 촬영해 화제가 된 일도 있었다. 나 또한 이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본 것 같다. 물론 그는 음울한 마지막 가사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제 지구를 떠난 데이비드 보위를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비슷한 시기, 언급해야 할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지난 1월1일에는 <미지와의 조우>(1977)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던, 현대 미국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던 또 다른 위대한 촬영감독 빌모시 지그몬드(1930년생)도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 TV시리즈 합해 딱 100편의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떴다. 마이클 치미노의 <디어 헌터>(1978), <천국의 문>(1980),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1981), <허영의 불꽃>(1990) 등이 그가 촬영한 작품들이다. 그 한편으로 이번호 김은정 로마 통신원의 현지 소식에 따르면, <헤이트풀8>에 참여해 놀라움을 안겨줬던, 무려 90살을 바라보고 있는 엔니오 모리코네(1928년생)가 <시네마천국>(1988)의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것이라 한다. 다시 한번 필름시대의 위대한 장인들에게 경의를 바친다.
또 덧붙일 말이 있다. 새해를 맞아 <씨네21>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디스토피아로부터’가 새 필자들로 꾸려졌다. 이미 지난호에 쓴 조광희 변호사를 비롯해, 한유주 소설가, 이송희일 감독, 노덕 감독이 매주 좋은 원고를 보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심규한, 신두영, 박지민 세 사람이 역시 새해를 맞아 디지털미디어팀을 꾸렸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어떤 재미난 일을 펼쳐놓을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독자 여러분의 ‘좋아요’가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