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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뉴 페이스들의 신선한 연기 <프랑스 영화처럼>
이예지 2016-01-13

<프랑스 영화처럼>은 ‘프랑스영화’ 같은 무드를 지향하는 네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품집 같은 작품이다. 첫 번째 단편 <타임 투 리브>는 네딸을 둔 어머니가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존엄사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어머니(이영란)는 소원했던 딸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죽음을 선언하며 마지막 3일을 즐겁게 보내자고 제안한다. <맥주 파는 아가씨>는 술집에서 서빙하는 한 여자(다솜)와 그녀에게 대시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시 쓰는 남자는 가볍게 치근덕대고, 지체장애인 남자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하지만 여자는 냉랭하다. <리메이닝 타임>은 용한 점쟁이에게 남은 시간이 100일뿐이라는 말을 듣고 혼란에 빠진 한 커플(스티븐 연, 소이)을 그린다. <프랑스 영화처럼>에서는 한 여자(다솜)에게 ‘어장 관리’를 당하는 한 남자(신민철)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타임 투 리브>와 <리메이닝 타임>은 시간이 한정됨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의 양상을 보여준다. <타임 투 리브>에서 어머니의 통보 앞에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는 딸들의 태도는 현실성이 부족하고, 그 와중에 끄집어내지는 딸들의 오랜 불화도 별다른 의미를 견인해내지 못한다. <리메이닝 타임>은 연인의 심경 변화를 생동감 있게 그리지만, 1년 뒤로 결정을 보류하는 마무리는 한 작품의 완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맥주 파는 아가씨>와 <프랑스 영화처럼>은 상대방을 포착하고 판단하려는 시도를 그려낸다. <맥주 파는 아가씨>에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넘겨짚고 진심을 알아줄 것을 호소하는 광경은 블랙코미디적 웃음을 준다.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과 대졸 남성, 지체장애인 남성이라는 도식은 다소 불편한 방식으로 서로에 대한 판단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프랑스 영화처럼>은 프랑스영화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물음표를 남긴다. 남자는 여자에게 이용당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프랑스영화’ 같은 것으로 규정한다. 그의 행동과 프랑스영화라는 말은 과연 적합하게 상응하는 것일까. <프랑스 영화처럼>은 결국 ‘프랑스영화’라는 기표에 대한 피상적인 모사에 그치고, 내용이 아닌 제스처만이 남는다. 그러나 배우 발굴 프로젝트 차원에서 시도된 영화라는 취지에 적합하게, 스티븐 연과 다솜 등 한국영화 뉴 페이스들의 신선한 연기는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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