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곽에 해당하는 경기도 용인의 캠퍼스, 그리고 그 캠퍼스 안에서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체육관. 공연영화학부 대부분의 수업은 체육관 지하 2층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학부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 곳곳은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연극전공과 뮤지컬전공이 공유하는 9개의 크고 작은 연습실에서는 선생과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좀체 그칠 줄 모르는 선생의 구령에 맞춰 학생들이 매 순간 노래와 대사, 동작과 안무를 선보인다. 이쪽에선 공간을 들어올릴 기세의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나가고, 저쪽에선 갑자기 거센 뜀박질이 한창이다. 덕분에 추위가 완연한 계절에도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구슬땀은 식을 줄 모른다. 소극장 블랙박스시어터, 의상실, 분장실, 소품실 등이 고루 갖춰진 시설은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대에 대한 감각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살미녀 윤정빈> <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화제작들을 무대에 올린 극단 C바이러스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이현정 교수와 <조치원 해문이> <치정> 등으로 근래 한국연극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린피그를 이끄는 윤한솔 교수의 가르침 역시 실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재능 있는 학생들을 각자의 작품에 배우로서 초대해 일찍 현장을 경험하게 한다.
‘자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국대학교가 걸어온 지난 30년간의 행보 대부분에는 늘 공연영화학부가 함께해왔다. 학부는 본디 1988년 천안캠퍼스에서 연극영화학부로 개설되었다. 1999년 한남캠퍼스로 이전한 후 2007년 연극•영화전공에 뮤지컬전공을 더해 공연예술과 영화예술을 아우르는 공연영화학부로 거듭났다. 학부의 구성은 늘었지만 연극, 영화, 뮤지컬 세 전공은 점점 더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다. 21세기의 발을 뗀 지 15년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르네상스적 학생을 육성하라는 교육부의 뜻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교수들은 철저히 전공 심화적인 교육을 고집하고 있다. “영화가 나의 꿈이라면, 내 이상이라면, 졸업하고 나서도 나이 앞자리에 ‘2’자가 남아 있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이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란 결국 교육이라고 여기는 학부 교수진의 믿음은, “인간을 완성하는 기본이 곧 교육”임을 가치 삼아 학교를 세웠던 단국대학교 설립자의 뜻을 관통한다.
영화전공은 영화 ‘만드는’ 사람을 양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전공을 거친 학생들은 (이론으로 방향을 정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가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 연출작을 만들어야 한다. 연출, 편집, 촬영 등 영화에 여러 분야가 있지만, “학부 4년은 연출만 배우기에도 녹록지 않은 시간이기에 먼저 연출의 입장을 전제하고 촬영과 편집을 배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단국대학교 영화전공 박지홍 교수의 의견이다. 창작을 우선한다는 건 입시모집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이야기 구성이라는 실기시험을 통해 뽑는 수시전형의 비율은 지난해 60%에서 올해 75%로 대폭 늘었다. 1학년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발상과 전개’는 단국대학교 영화전공의 교육 방침을 잘 나타내는 과목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겪은 12년 교과과정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수업은 문학, 사진, 미술 등 온갖 분야의 예술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 찾아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2학년부터 ‘자기영화’를 만들기 위한 길을 계속한다. 영화전공의 공간들 가운데 비어 있는 방은 학생들이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무실을 꾸려 효율적인 프로덕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창작만큼이나 프로덕션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로 인근 학교와의 교류를
연극전공 수업은 상당히 타이트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2학점짜리 수업에 4시간이 소요되고, 오후 1시에 시작한 공연 수업은 8시를 넘겨서야 마친다. 그래서 학기 중의 외부 활동을 지양하도록 권한다. 정히 과외 활동을 하겠다면 잠을 줄이라고 못 박는다. 학부 재학 중에도 일찌감치 필드에 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연기전공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다닐 때만큼은 그 안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연기 관련 학교들 가운데 단국대학교 연극전공이 수시 입시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교수들의 우직한 고집이 통했음을 제대로 증명한다. 이에 비하면 영화전공의 커리큘럼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수업시간보다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환경을 보장한다. 영화라는 매체는 시나리오에 따른 시간의 영향을 받아서, 아침과 낮에 수업이 빼곡히 진행되면 주간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전공생들은 수업과 영화작업 외에 동아리와 연구회 활동도 자발적으로 진행해 영화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열심이다.
학교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난점은 서울과 용인과의 교통이 좋아지면서 크게 해소되었다. 단국대학교 영화전공 박지홍 교수는 지역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뜻은 계속 잇고자 자신을 주축으로 경희대학교, 대진대학교, 안양예고, 한국애니고 등 경기도에 위치한 영상 관련 8개 대학교, 4개 고등학교와 함께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을 열어 이웃 학교들과의 접점을 돈독히 다졌다. 학교마다 2~4작품, 총 35편의 영화가 메가박스 영통점에서 상영됐고, 미리 선정된 사전제작지원작 대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페스티벌 기간 중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해보는 ‘48시간 영화만들기’, 사전제작지원 피칭을 성공으로 이끄는 팁을 전하는 ‘사전제작지원작 피칭 및 멘토링’,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작자와 대담을 나누는 ‘DMZ 다큐토크’ 등 풍성한 행사가 이어져 경기도 내 영화학도들의 창작을 북돋는 역할을 해냈다. 소중한 시간을 보낸 단국대학교 영화전공은 얼마나 더 넓어진 눈과 든든한 마음으로 다시금 동시대 영화의 교육을 조망하게 될까? 2016학년 신입생들이 그 결과를 가장 가깝게 목도하게 될 것이다.
입시전형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는 가군에서 모집한다. 영화전공과 연극전공의 연출ㆍ스탭 파트는 수능 100%를 반영해 각각 5명, 9명을 선발한다. 연극전공의 연기 파트와 뮤지컬전공은 수능 30%, 실기 70% 비율로 7명씩 선발한다. 원서는 12월24일 오전 10시부터 29일 오후 5시까지. 실기고사는 연극과 뮤지컬 모두 연기전공 학생에게만 실시된다. 연극전공은 시험 당일 주어진 대본으로 지정연기를, 필요한 특기를 발휘하는 자유연기를 1분30분 동안 선보인다. 뮤지컬전공은 2분 동안 가창과 1분 동안 무용으로 자질을 어필해야 한다. 실기고사는 연극전공은 내년 1월5일부터 8일까지, 뮤지컬전공은 8일 하루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루어진다.
“예술 교육은 근본적으로 취향 교육”
예술디자인대학 공연영화학부 연극전공 이현정 교수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는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가.
=예술은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화되고 전공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예술 분야 역시 성공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능력이 되는 한 그 평균치를 최대한 높이고자 고민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소 타이트한 커리큘럼도 그런 의지와 관련 있다.
-예술에 대한 뜻이 확고하다. 스스로 어떤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술 교육을 근본적으로 취향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보는 눈, 더 나은 연기를 판별하는 것. 취향이나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성실한 선생이 되려고 노력한다. 다른 선생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 중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독립영화 <소통과 거짓말>에 출연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쥔 장선이 떠오른다. 연기 자체에 대한 만족도 좋았지만, 바깥에 눈 돌리지 않고 올곧게 연기로만 꾸준히 노력해온 그녀를 알기에 더 기뻤다. 제대로 연기하면 결국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걸 확인시켜줘서 고맙고 대견하다. 수년 동안 보아왔고, 특히 내가 연출한 작품들의 여러 인물을 맡은 바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다.
-공연영화학부를 선택할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연극연출이 뭘 하는 건지 모르고 오면 보통 힘들어한다. 홀로 집중이 안 되면 ‘멘붕’이 오는 거다. 후반작업이 있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문제가 있다면 오로지 작품을 같이하는 사람과 해결해야 한다. 최소한 극단에 무작정 찾아가서라도, 전공에 대해 알아보고 이게 자기에게 맞는지 되물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