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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일과 노동에서 삶과 가족으로

시대상 반영한 주제로 테마 바꾼 제33회 토리노국제영화제 개최

<서프라젯>

이탈리아의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토리노국제영화제가 11월20일부터 28일까지 토리노 시의 네 군데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영화제는 최근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이전까지 젊은 영화인들의 실험정신에 기조를 둔 영화제의 중심 테마가 ‘일과 노동’이었다면 올해부터 ‘삶의 선택, 가족’으로 그 테마가 바뀌었다. 이러한 기조의 변화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토리노국제영화제에는 ‘치푸티’라는 수상 부문이 있다. 치푸티는 이탈리아어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과 노동’이 기조였던 토리노국제영화제에 치푸티라는 명사는 그 기조를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말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제는 지난 20여년동안 ‘치푸티 공로상’을 수여하고 경쟁부문에서도 ‘일과 노동’이라는 테마에 걸맞은 영화를 소개해왔다. 그러나 올해 영화제에서 소개된 15편의 경쟁부문 상영작(시리아 감독 사라 파타히의 <코마>, 중국 감독 덕격나의 <고별>, 프랑스 감독 라파엘 자클로의 <히트웨이브> 등)은 대체적으로 가족에 대한 테마나 개인의 미성숙, 다른 삶의 선택에 대해 다루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조의 변화에 대해 에마누엘라 마르티니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사회를 위해 일하길 원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일자리가 없다. 일을 하지 않으니 일에 대해 영화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토리노국제영화제의 기조 변화는 현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한편 올해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는 158편의 장편과 15편의 중편, 32편의 단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중 50여편은 월드 프리미어다. 개막작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고, 19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말하는 사라 가브론 감독의 <서프라젯>이다. 더불어 올해의 치푸티 공로상은 이탈리아 코미디의 거장 루이지 코멘치니의 딸이자 2007년 토리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감독인 프란체스카 코멘치니 감독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그란 프리미어상에는 영국의 노동자 출신인 인디 감독 테렌스 데이비스가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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