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프랑스에서 지내온 작가 골리(레일라 하타미)는 보낸 이를 알 수 없는 편지 속 사진 한장에 끌려 문득 고향 이란을 찾아온다. 어린 시절에 대한 희미한 기억밖에 없어 고향 마을이 새롭기만 한 골리와 달리 그녀를 맞이하는 동네 주민들은 골리에 대한 모든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마을 액자가게 주인 파하드(알리 모사파)는 마치 그녀가 고향에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골리를 따라다니며 과거의 이야기들을 하나둘 들려준다. 파하드와 고향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고향 마을을 소요하던 골리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천천히 맞추어나가기 시작한다.
이란 출신의 감독 사피 야즈다니안의 장편 데뷔작인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시?>는 골리와 파하드로 대변되는 두개의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어 이젠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골리는 마치 낯선 곳을 관찰하듯 ‘현재’의 이란을 바라본다. 이런 독특한 위치의 골리를 소개하는 영화의 오프닝은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어로 누군가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는 골리의 전화 통화로 시작된 영화는 테헤란 공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이란의 작은 시골 마을에 골리를 내려놓는다.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으로 택시를 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의 언어는 어느새 이란어로 바뀌어 있다. 영화는 골리를 매개로 이란과 프랑스의 미묘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골리의 시선 속 이란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따뜻한 곳이지만, 골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 속에는 프랑스에 대한 ‘차가운 동경’이 서려 있다. 골리의 시선이 ‘공간의 축’(프랑스-이란)에 놓여 있다면, 파하드의 시선은 ‘시간의 축’을 오간다. 어린 시절 첫사랑 골리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파하드는 ‘현재’에 도착한 골리에게서 과거의 연정을 끌어내려 애쓴다. 그가 지나간 순간들을 포착해 간직하는 액자가게 주인이라는 점도 꼼꼼한 설정이다. 다만 이야기가 큰 짜임새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로만 엮여 있는 데다가 화면 곳곳에 의도적으로 배치한 은유들이 도드라져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