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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뛰어넘는 '사실'적 재현 <하늘을 걷는 남자>
송경원 2015-10-28

로버트 저메키스는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지니고 있는 감독이다. 하나는 최신 기술의 구현에 대한 모험가, 다른 하나는 완벽히 조율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양쪽을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걷는 저메키스의 내공을 증명하는 영화다. 어려서부터 줄타기에 매료된 필리프(조셉 고든 레빗)는 줄타기를 독학해 거리 공연을 전전한다. 아티스트로서 위대한 도전을 꿈꾸는 그는 건설 중인 월드트레이드센터 사이에 줄을 연결해 걷고 싶다는 꿈을 꾼다. 조력자들을 모으고 계획을 실현시켜나가는 필리프. 마침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세기의 공연, 불법적인 예술 쿠데타가 펼쳐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그저 줄 타는 순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 이상 어떤 가치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래비티>가 그러했듯 ‘사실적’인 재현이 때로는 사실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실감케 한다. 아찔한 순간을 수사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허공을 걷듯 아찔하다. 상상도 못할 영상미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미 익숙한 기술들을 동원해 관객을 412m 상공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충실한 대리체험이 가능하게 만든 건 영상기술 외에도 이야기꾼으로서의 노련함 덕분이다. 자서전을 읽어주듯 필리프의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한편의 서커스 공연처럼 느껴진다. ‘고층 빌딩에서의 줄타기’라는 단순한 사건이 흥미로운 건 관객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전체적인 구성의 공이 절대적이다. 기술과 이야기, 아이디어와 장면, 시각효과와 심리적 몰입의 절묘한 결합. 아찔하게 경쾌하고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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