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웬디(퍼트리샤 클락슨)는 일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지만 사랑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 7년에 한번씩 크고 작은 외도로 속을 썩이곤 했던 남편 테드가 21년 만에 진지하게 별거를 요구해온다. 이 문제로 웬디와 테드의 언쟁은 인도 출신 시크교도 다르완(벤 킹슬리)이 모는 택시 안에서까지 이어진다. 며칠 뒤 타지에 살던 딸 타샤(그레이스 검머)가 웬디를 찾아온다. 그런데 한다는 소리가 운전이라도 배워보라는 훈수다. 딸의 충고에 웬디는 한층 더 우울해진다. 한편, 다르완은 웬디가 택시에 두고 내린 서류를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는다. 이를 계기로 다르완이 운전강습을 병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웬디는 운전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운전강습은 시작된다. 웬디는 끼어드는 차보다 더 위험한, 끼어드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노년의 성장 드라마다. 성장은 젊은이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 치부하기 쉽지만 영화의 생각은 다르다. 성장을 위해 동원된 도구는 자동차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길 위에 서는 순간 남녀노소, 지위고하,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지금 이 순간 닥친 상황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까 운전은 홀로서기의 상징인 동시에, 여전히 살아내야 할 현재가 있음을 보여주는 도구다. 운전하는 동안 벌어지는 상황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은 그대로 인생에 대한 은유가 되기도 한다. <사랑해, 파리>의 이사벨 코이셋 감독의 신작으로 프로빈스타운국제영화제 작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