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일찍 여읜 장우(주원)는 여동생 은지(류혜영)를 끔찍이 여긴다. 은지는 그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한밤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장우는 은지마저 잃게 된다. 장례 굿을 치르던 날 행색이 수상한 남자가 등장하자 장우는 본능적으로 그가 사건과 관련된 인물임을 직감하고 사력을 다해 그를 뒤쫓는다. 한편 죽음을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 시은(이유영)은 사건 당일 은지의 죽음을 예견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우는 범인을 잡기 위해 시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그사이 마을에서는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는 미스터리 호러의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영화다. 정반대의 스타일이지만 <그놈이다>는 감독의 첫 연출작이자 공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페이크 다큐멘터리 <목두기 비디오>(2003)의 몇몇 요소를 변형해서 활용한다. 폐가와 혼령이라는 소재도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무엇보다 중심인물의 가족사에 관한 묘사가 그렇다. 한편 <목두기 비디오>가 끝내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 데서 긴장감이 발생했다면 <그놈이다>는 범인이 밝혀진 이후에도 그동안 쌓아온 긴장감을 휘발시키지 않고 엔딩까지 유지해내는 힘을 보여준다. 물론 범인이 밝혀지는 대목의 상당 부분이 우연에 기대고 있지만 이는 흠이라기보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차선책을 택한 결과처럼 보인다. 정작 생각해볼 문제는 범인이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실제 범행으로 왜곡되어 분출되는 과정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여성혐오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