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호텔, 하지만 45일 안에 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후 이 호텔에 온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만약 동물이 된다면 “100년을 거뜬히 살며 귀족처럼 파란 피를 가졌고 평생 번식을 한다”는 이유로 랍스터가 되기로 한다. 데이비드는 절름발이 존(벤 위쇼), 혀짤배기 남자(존 C. 라일리) 등 자신처럼 커플을 찾고자 하는 이들과 교류하며 엄격한 규칙을 이수하지만 커플을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마감일에 쫓긴 데이비드는 비정한 여인(아게리키 파푸리아)과 위장 커플이 되지만 거짓된 관계는 곧 파국으로 끝난다. 다음으로 그가 찾은 곳은 숲속이다. 짝짓기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호텔과 달리 이곳은 철저한 솔로들의 공간이다. 연애가 죄악시되는 이곳에서 데이비드는 오히려 운명의 여인인 근시 여인(레이첼 바이스)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
데이비드는 호텔에 자진 입소했지만 숨 막히는 규칙에 못 이겨 결국 그곳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가 도피처로 택한 숲속이 자유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짝을 지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규칙을 가진 호텔과, 그 모든 걸 금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숲속 어느 한곳도 안식처로 자리하지 않으며, 개개의 인간에게는 억압된 공간으로 작용할 뿐이다. 그 결과 남은 건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혹은 처단받지 않기 위해 이기적 행동과 위선조차 서슴지 않는 인간들의 추악함뿐이다. ‘커플’, ‘섹스’, ‘짝짓기’ 같은 말초적 재료를 전제하고 있지만, <더 랍스터>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성욕이나 애정행각이 아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처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불안과 고독, 소외의 심리다. 그리스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통적인 서사전개의 방식이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묘사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극도로 절제된 상징을 통해 이 근원적 심리에 다가간다. <송곳니>(2009), <알프스>(2011)로 칸과 베니스를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과 협업해서 영어로 찍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데, 데이비드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콜린 파렐의 연기는 특히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