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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성훈 사진 이동훈 2015-10-20

<산하고인> 지아장커 감독과 배우 자오타오

지아장커 감독, 자오타오(왼쪽부터)

중국 사회의 현실과 사회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본 전작과 달리 <산하고인>은 지아장커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타오(자오타오)라는 여자와 그녀의 가족, 친구 등 주변 인물의 삶을 1999년과 2014년 그리고 2025년, 그러니까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며 그려낸다. 데뷔작 <플랫폼>(2000)부터 <임소요>(2002), <세계>(2006),<스틸 라이프>(2007), <24시티>(2008), <천주정>(2013) 그리고 <산하고인>까지 15년 동안 감독과 배우로 작업하고 있고, 부부이기도 한 지아장커 감독과 배우 자오타오는 <산하고인>을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산하고인>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아장커_전작 <천주정>을 찍고 난 뒤 감정 표현이 솔직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그동안 영화를 찍는다는 핑계로 고향 펜양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대신 용돈을 드리곤 했는데 정작 어머니께 필요한 건 돈이 아닌 ‘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본주의가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침투한 것 같다. 감정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에 담고 싶었다.

-1999년부터 2025년까지 무려 26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까닭에 배우로선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타오를 어떻게 해석했나.

=자오타오_타오는 인물을 조각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많은 여자였다. 시나리오를 수차례 반복해 읽는 편이다. 중년 시절 시퀀스는 읽을 때마다 펑펑 울 정도였다.

-이야기는 1999년과 2014년 그리고 2025년 세 시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중국의 과거를 1999년으로, 미래를 2025년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아장커_1999년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던 시기다. 고속도로가 많이 건설되면서 개인이 자동차를 가지게 됐고, 휴대폰 같은 새로운 기술이 많이 보급되었다. 2025년은 타오의 아들 달러가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면서 설정한 연도다.

-펫 숍 보이스의 히트곡 <Go West>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다. <Go West>를 선곡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아장커_1999년 당시, 아바나 마이클 잭슨의 노래 같은 서양의 많은 음악들이 중국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나이트클럽과 디스코장이 유행하면서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DJ들이 밤 12시가 되면 항상 틀 정도로 <Go West>가 당시 인기 최고였다. 나이트클럽의 젊은이들은 그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싶었고, 음악이 나오면 알든 모르든 앞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춤을 췄다.

-역동적이었던 오프닝 시퀀스와 달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타오가 텅 빈 광야에서 <Go West>에 맞춰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은 무척 쓸쓸하고 외로워보였다.

=자오타오_감독님이 절대 울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순 없었다. 내 나이가 극중 타오처럼 50대는 아니지만, 20년 전 친구들과 함께 역동적으로 춤을 췄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춤을 췄는데, 스스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올해 부산에서는 당신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도 상영된다. 다른 사람의 영화에 피사체가 된 경험은 어땠나.

=지아장커_2010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월터 살레스가 나를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농담인 줄 알았다. 최근에 갑자기 찍겠다는 연락이 와서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그의 촬영팀과 함께 고향에 가서 가족, 친구들을 차례로 만났는데 나중에 편집본을 보니 이렇게 말을 많이 했나 싶더라. (웃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인간으로서, 동료 감독으로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두분은 감독과 배우인 동시에 부부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자오타오_현장에서는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편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생긴 일은 현장에서 해결하고, 일을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는다.

지아장커_함께 일한 지 거의 15년이 지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색깔을 단단하게 갖추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쓸 때 누굴 염두에 두고 쓰는 편이 아닌데, <산하고인>의 타오는 자오타오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더라.

-차기작은 무엇인가.

=지난 7년 동안 매달렸던 <재청조>다. 1895년부터 1905년이 배경으로, 중국의 어떤 사회제도 때문에 지식인이 더이상 공부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무협영화다. 내년에 촬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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