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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영화의 장르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사촌 격”
안현진(LA 통신원) 2015-10-15

<더 비지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더 비지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말할 때 <식스 센스>(1999)는 빠지지 않고 따라온다. 샤말란 감독은 이후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레이디 인 더 워터>(2006), <해프닝>(2008) 등의 미스터리 호러 장르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산하에서 꾸준하게 만들어왔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라스트 에어벤더>(2010)와 <애프터 어스>(2013) 이전까지는. 이 두편으로 아마 가능한 혹평이란 혹평은 모두 들었을 샤말란이 다시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장르로 돌아온다. 2015년 샤말란 감독이 내놓은 두편의 영화 중 한편인 <더 비지트>다. 감독의 이름을 제외하면 익숙한 스타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든 이 영화는 생전 처음 조부모를 찾아간 남매가 조부모의 집에서 겪는 이상한 일들을 그려낸 영화로, 9월 중순 미국에서 개봉해 조용히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작들과는 달리 거품을 쏙 뺀 <더 비지트>에 대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전한다.

-<더 비지트>는 이제까지 당신이 만든 영화와는 아주 다르다.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재밌는 순간에 찾아왔다. 농구를 하다가 다쳐서 무릎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나와서 누워 있었는데 마취약이 덜 깬 덕분에 생각이 이리저리 오갔다. 그때 이 영화에 대해서 처음 생각했고, 적어두었다. 규모가 아주 작은 영화였고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 영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게 12년인가 14년 전이었다. 그러다가 2년 전쯤에 다시, 가족이 재회하면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접목해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아주 괴상한 흔들의자 이미지가 떠올랐다. 작가로서 재미있을 때는 이런 때다. 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 답이 엄청나게 재밌을 거란 사실에 흥분되는 거다.

-아역 배우 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제작자인 제이슨(블룸)에게도 항상 이야기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내가 쓴 이야기 속의 아이들이 존재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것 말고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누군가가 그 아이들, 딱 그 두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라고까지 했다. 맞다. 딱 이 아이들이어야만 했다. 나는 수천명의 아이들을 비디오로 봤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내가 쓴 랩을 읽는 걸 봤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99%는 목을 조르고 싶어진다. (일동 웃음) 그냥 모든 것이 싫어지는 거다. 그런데 타일러를 연기한 에드의 비디오를 봤을 때는 딱 내가 찾던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베카를 연기한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다. 둘은 공교롭게도 호주 출신이다. 이에 대해서 제이슨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알려진 배우를 모큐먼터리 혹은 파운드 푸티지 스타일의 영화에 캐스팅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배우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눈에 좀 든다 싶으면 어디든 출연한 경력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초저예산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마이크로 버짓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 본능은 언제나 조용하고 작은 쪽으로 움직이라고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크게 더 크게를 외쳐왔다. 마이크로 버짓 제작은 작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나의 본능과 일치한다. 예산이 줄어들어서 내가 잃게 되는 자원의 대부분은 내게 있어 중요하지 않다. 스튜디오에 맞춘 규모의 영화를 만들 때는 제한이 거의 없다. 17개 로케이션에서 촬영해도 되고 스타 캐스팅을 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걸 챙기는 동안에 정작 영화를 찍지 못한다. 그건 멍청한 일이다. 영화는 연극 무대를 만들듯이 찍어야 한다. 테이크는 길어야 하고 그를 통해서 연기를 포착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잘 알겠다. 하지만 힘든 일은 없었나.

=이 영화의 장르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사촌 격이다. 아마도 덜 똑똑한 사촌 정도 되려나. (일동 웃음) 아이가 촬영하는 영화의 일부가 화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르나 영화가 오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걸 잘 계산해야 하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보여지는 영상은 10분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베카나 타일러의 시선에서 보여지며, 혹시 아니더라도 의도한 대로 보여지게 편집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인데, 스마트폰 대신 캠코더와 랩탑을 사용해 촬영했다.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베카와 타일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충돌한다. 베카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조금은 나 같은 캐릭터이고, 타일러는 꿈 깨라고 말하는 타입이다. 또 한 어린아이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신구 세대의 충돌이 일어난다. 베카가 고집스럽게 캠코더와 랩탑을 가지고 영화 촬영과 편집을 한다면, 타일러는 휴대폰을 달라고 하고 엄마와 스카이프로 통화하려고 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문화적 충돌이 중간점을 찾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같은 아이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세대간의 충돌이 있다.

-원래는 더 긴 영화였다고 들었다.

=맞다. 첫 번째 편집본은 이른바 ‘아트하우스’ 버전이다. (일동 웃음) 35분 정도 더 긴데, 문자 그대로 할아버지 집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날에 하루가 더 있는 버전이다. 데이비드 린치가 참여한 버전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괴상하면서도 코믹한 그리고 긴 버전이었다. 그리고 이 버전을 사람들에게 처음 보여줬는데, 그중 한 사람이 “선댄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충격을 먹었고, 최대한 간결하게 재편집했다.

-촬영은 얼마나 걸렸나.

=30일 동안 촬영하기로 했는데, 실제로 촬영한 날은 27일이었다. 3일 일찍 마친 대신에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에 3주 뒤에 다시 만나 3일간 촬영하겠다고 예고했다. 3주 동안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편집을 시작했고, 내가 필요한 장면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3주 뒤에 모두 다시 만났을 때 꼭 필요한 장면들을 다시 촬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졌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대로 보여줄 수 있다. 억지가 없다. 시간과 예산에 쫓겨 재촬영은 꿈도 못 꾸는 할리우드의 제작방식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결과물이다.

-반전은 당신의 영화에서 인장이나 마찬가지다. 반전에 대한 부담은 없나.

=반전이 모든 영화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해도 상관은 없다. 사람들은 내게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도 내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식스 센스>는 내가 만든 이야기였고, 그래서 그 이야기의 톤이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내 아이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는 더 어두운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 비지트>에서 보여지는 색깔이 이전의 내 영화들과 달라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내 영화로 내 아이들을 무섭게 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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