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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운명으로 엮인 사람들 <비밀>
김보연 2015-10-14

어느 날 남철웅(손호준)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살인범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한편 살인범을 체포한 형사 이상원(성동일)은 갈 곳이 없어진 살인범의 딸 정현(김유정)을 입양해 키운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뒤, 정현과 철웅은 공교롭게도 제자와 선생의 관계로 만난다. 둘은 서로의 비밀을 숨긴 채 서로 교감하며 가까워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소한 계기로 이들의 관계가 밝혀지고 만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철웅, 상현, 정현은 과거보다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안식을 찾으려 한다.

박은경, 이동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장편 데뷔작 <비밀>은 기구한 운명으로 엮인 사람들의 복잡한 갈등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다. 살해당한 애인을 잊지 못한 남자의 비뚤어진 복수심은 살인자의 딸에게 향하고, 살인자의 딸 역시 자신의 친아버지를 체포한 양아버지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진 채 자신만의 어둠을 키운다. 또한 ‘그 사건’ 이후 평생을 벼랑 끝에서 살아온 형사의 사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영화는 이 세 사람을 한자리에 모은 뒤 그때 만들어지는 끔찍하고 슬픈 사건들을 폭발시키듯 전개한다. 영화의 정서적 진폭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감정의 진폭이 이처럼 클수록 그를 받치는 이야기가 더욱 촘촘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야기가 진전하는 순간마다 거친 비약을 시도한다. 특히 인물의 과거가 밝혀지거나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도 이를 한두줄의 대사로 간단히 정리한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건 쉽게 공감하기 힘든 연출이다. 또한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결말 장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취하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비밀>의 결정적인 단점이다. 갑자기 등장한 파국적 상황의 개연성을 따라잡느라 정작 인물들의 감정 상태에 몰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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